고향집 장독대에 있는 항아리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 고향에 내려가서 50년이 넘은 고추장 항아리 얘기를 어머니로부터 듣게 되었다. 장독대에는 그 외에도 수 대째 내려온 100년이 넘은 큰 독도 있었다. 사소해 보이는 항아리들이지만 애환이 깃든 사연을 알고 나니 그냥 예사 물건이 아니었다. 알고 나면 별 볼 일 없거나 하찮은 물건이란 없는 법이다. 어머니는 열여섯에 시집 오셨다. 시집은 제대로 된 솥이나 그릇이 없을 정도로 가난한 집이었다. 다행히 아버지가 면사무소에 나가시게 되면서 형편이 조금씩 나아졌지만 전에는 끼니를 때우지 못할 정도로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 어느 때는 식량이 떨어져서 온 식구가 물만 먹으며 사흘을 누워있기만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해 아버지가 친척집으로 양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