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 전. 중간고사 시험 감독을 갔다. 3학년 한 줄, 1학년 한 줄 섞여 앉아 시험을 치렀다. 선생님은 교탁에, 그 대척점인 뒤 칠판 쪽에 내가 섰다. 종이 울리자 나란히 도열한 회색빛 등짝이 일제히 수그러진다. 푸코의 에 나오는 판옵티콘 구조, 일망감시체제에서 감시자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됐다. 환절기라서 아이들이 코를 킁킁 거리고 기침을 해댔다. 다리를 떨고 몸을 비트느라 의자의 삐그덕거리는 쇳소리가 울렸다. 매캐한 사내냄새 자욱한 공간에 왠지 불길한 기운을 자아내는 음향효과들... 맨 뒷자리 덩치 큰 녀석은 뒷모습부터 남달랐다. ‘학교 싫어 공부 싫어 시험 싫어’를 온몸으로 발산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문이 빼곡한 영어 시험지를 받더니 앞뒤로 김을 굽듯이 두어 차례 뒤집어 훑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