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0 2

풍접초(2)

화려하게 성장(盛裝)을 한 여인네 같은 꽃, 풍접초. 바람 풍[風]과 나비 접[蝶]자를 쓰는 풍접초보다는 족두리꽃으로도 많이 불린다. 시집 가는 언니 머리 위에 얹힌 족두리를 닮았대서 붙여진 우리말 이름인 족두리꽃이 더 정감있게 들린다.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슬픔을 시인은 이렇게 읊었다. 이사 온 첫해 빌라의 화단에서 처음 그 꽃을 보았다 얼굴만 알고 지나치는 이웃집 여인처럼 매끈한 흰 얼굴에 이끌려 고개를 돌리게 하는 모르는 여인의 향기 나는 꽃 앞에 서서 창호지에 구멍을 뚫어 들여다본다 합환주에 달아오르는 뺨 포르르 떨리는 족두리의 떨잠 다소곳이 고개 숙인 신부는 왜 슬퍼보이기만 할까 팔월에 곱게 피어 씨방엔 한철 꽃이 될 아가들 자랄 테고 구월이면 희고 붉은 꽃이삭은 떨어질 것인데 잔가시 잔뜩 세..

꽃들의향기 2011.10.20

방화동 느티나무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일대는 옛 지명이 능말이었다. 오래전부터 자연부락이 있었는데 김포에 있는 장능(원종왕능)이 이곳에 터를 잡으려 했다가 협소하여 자리를 바꾼 것에서 능말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는 400년 이상 능말과 함께 해 온 거목이다. 조선 중종 때의 정승 심정(沈貞)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안내판에 보면 느티나무의수령이 480 년, 은행나무는 435 년이라고 나와 있다. 키도 17 m인 느티나무가 11 m인 은행나무보다 더 높다. 그러나 줄기 둘레는 은행나무가 더 굵다. 느티나무가 형뻘이 되는 셈인데 오랜 세월을 이웃하며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는 친구처럼 느껴지는 두 나무다. 두 고목 옆에는 나이가 어린 느티나무 두 그루가 함께 자라고 있어 한 가족 같이도 보인다. 주..

천년의나무 201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