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

샌. 2010. 1. 3. 17:37


며칠 동안 집안에서만 빈둥거리다가 오늘은 아내와 가벼운 나들이를 했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햇살이 환한 날이었다. 집에서 전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부끄럽게도 아직 한 번도 가보지를 않았다. 그래서 박물관 구경도 하고 옆에 있는 공원도 산책하기로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 년에 서울 용산의 지금 자리로 신축 이전을 했다. 전에는 미군 기지의 헬기장으로 쓰였던 장소다. 그때 부지런히 헬기가 뜨고내리는 광경이 연상되어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터도 넓고 건물도 박물관 이미지에 어울리게 잘 지어졌다.

 

오늘은 1 층에 있는 전시실만 관람했다. 1 층은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 아이들이 많았다. 한 쪽에서는 잉카 유적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는데 그런 점들이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 같아 좋았다.

 

이번에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백제금동대향로였다. 10여 년 전 부여에서 발견되어 국보로 지정된 백제의 향로다. 사진으로 보던 대로정교한 조각과 문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석기를 비롯해서 다른 유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솜씨가 상상 이상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은 전시된 유물들이 대부분 지배 계급이나 귀족들의 용품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 민중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 나로서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것은 역사가 지배 계급이나 승자 중심으로 서술되는 것과 비슷한 것인지 모른다.

 


박물관 옆에는 용산가족공원이 있다. 어제 내린 눈으로 하얗게 변한 공원길을 걸었다. 집에서 구경만 하던 눈을 바스락거리며 기분 좋게 밟아 보았다. 이 공원은 10여 년 전에 학생들을 인솔해서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적당히 걸으니 몸도 풀리고 기분도 상쾌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몸이 무겁고 허리도 뻐근했다. 허리를 기역자로 굽히자면 마치 굵은 철사를 굽히는 듯 힘들었는데 이젠 윤활유를 바른 듯 부드러워졌다. 겨울은 나에게 칩거의 계절인데 이런 산책은 몸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단조로운 생활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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