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샌. 2009. 12. 24. 08:48

인문학적 교양이란 문학, 철학, 역사, 문화, 예술 등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가리킨다. 사람이 어느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든 인문학적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것은 개인의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인문학적 교양이란 한 인간이 온전한 인격체로 자라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물론 이것은 지식의 만물박사라는 뜻이 아니라 인본주의를 바탕에 둔 인문학적 정신을 강조한 말이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인문학에 비해 과학적 교양이라는 말은 별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문학적 교양이 없다면 창피하게 생각하지만 과학적 교양에 대해서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교에서 배운 과학 지식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성인이 일부러 교양과학서를 찾아서 읽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현대를 사는 사람에게는 인문학적 교양과 함께 과학적 교양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교양이란 단순한 과학 지식이나 기술적 내용이 아니라 우주와 우리를 이해하는 도구로서의 과학 정신이다. 우주나 인간에 대한 이해는 인문학적인 방법과 과학적인 방법이 상호 보완될 때 얻어진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과학, 특히 물리는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로서 매우 중요한 학문 분야다. 성철 스님은 법문에서 양자론을 인용할 정도로 물리 공부도 많이 하셨다. 물리는 근본적으로 종교, 심리학, 철학, 예술과 일맥상통한다. 물리는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설명해 준다. 그런 점에서 물리는 공학이나 기술보다 차라리 인문학에 가깝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어렵다는 핑계로 교양으로서의 과학을 무시한다. 직장의 스터디 그룹을 보아도 과학 서적을 토론의 주제로 정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은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이해 주는 책이 없는데도 원인이 있다. 요사이는 그나마 많은 대중과학서들이 나오고 있지만 불행히도 외국 학자의 번역서가 대부분이다. 특히 물리 분야는 더한데 이번에 국내 학자에 의해 주목할 만한 책이 나왔다.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라는 책이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 물리학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나온 책 중에서는 가장 내용이 좋다. 저자가 서울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교양 물리 강의를 한 내용을 중심으로 구어체로 서술되어 있어 읽기도 쉽다. 목차도 전통적인 물리책과는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통섭적인 관점에서 쓴 물리학 개론서라는 데 있다. 단순한 물리학 지식이 아니라 다른 분야와 연관을 지으면서 물리학의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철학, 윤리, 정치, 예술 등 다방면을 넘나들며 물리와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또한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혼돈, 복잡계, 엔트로피 같은 현대적 개념들도 충실히 설명한다. 우주와 생명 현상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순수한 우리말로 된 물리용어를 사용한 것도 신선하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지식인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지적 발달사에 대해 물리를 빼고 얘기할 수는 없다. 물리는 물질적 번영을 위한 수단도 아니고 인간 욕망 달성을 위한 도구는 더더구나 아니다. 물리는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법이면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형이상학이다. 물리가 묻는 궁극의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이란 무엇인가 / 과학적 지식 / 과학의 발전과 시대정신 / 과학의 성격


2. 물질의 구성 요소

물리학과 물질세계 / 기본입자와 쿼크 이론 / 물리법칙의 대칭성


3. 자연현상의 역학적 기술

고전역학 / 공간과 시간 / 특수상대성이론 / 일반상대성이론 / 양자역학 / 측정과 해석


4. 혼돈과 질서


5. 거시현상과 엔트로피

거시적 관점과 통계역학 / 엔트로피와 정보


6. 우주의 구조와 진화

관측되는 우주 / 별과 별 사이 물질 / 우주의 기원과 진화 / 우주와 인간


7. 복잡계와 생명현상

복잡성과 고비성 / 복잡계의 물리 / 생명현상의 이해


8. 과학과 현대사회

과학과 기술 / 과학과 우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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