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블로그는 내 삶의 활력소

샌. 2009. 12. 20. 13:05

직장 동료들과 영화 '줄리 앤 줄리아'[Julie and Julia]를 보았다. 원래는 '위대한 침묵'을 보려고 갔으나 의외로 표가 매진되어 들어가지 못하고 대타로 본 것이다. 뒷걸음질 치다가 개구리를 잡는다고 그냥 시간 땜질용이었는데 내용이 무척 좋았다. 줄리와 줄리아 두 여성의 요리를 매개로 한 실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줄리아...

1950년대에 외교관 남편을 따라 파리 생활을 시작한 줄리아는 낯선 곳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명문 요리학교에 입학하여 낙천적인 성격과 피나는 노력으로 프랑스 요리의 달인이 된다. 처음에는 양파를 썰 줄도 몰랐으나 집에서 밤을 새우며 몇 푸대의 양파로 연습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나중에는 프랑스 요리에 관한 책을 출판하고 TV 요리 프로그램의 강사로도 활약한다. 줄리아 역은 메릴 스트립이 맡았는데 천연덕스러우면서 자연스런 연기가 일품이었다.

줄리...

말단 공무원인 줄리는 잘 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어있다. 그러던 어느날 줄리아의 요리책을 보고 요리에 관한 블로그를 만든다. 줄리아의 요리책에 나오는 524개의 레시피를 1년 동안 따라 하며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나 점차 뜨거운 반응이 생기고 나중에는 요리책을 내는 작가가 된다. 더욱 중요한 건 블로그를 통해 삶의 활력과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영화의 장면 하나, 블로그 초창기 첫 댓글이 달려 감격해 열어보니 어머니가 쓴 것이었다. "댓글이 하나도 없네!"라는 조롱을 보고 황당해 하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영화는 프랑스 요리를 소재로 50년 간격의 두 여성이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줄리는 줄리아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깊은 우정과 정신적인 교감을 나눈다. 그리고 열심히 블로그를 하는 사람이라면 줄리의 블로그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줄리가 블로그를 자신의 삶의 활력소라고 하는데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나 역시 블로그를 통해서 나를 표현하면서 세상과 소통한다. 블로그에서 얻는 위안과 활력은 내 삶의 소중한 부분이다.

'줄리 앤 줄리아'는 여성의 감성이 빛나는 영화다. 관객도 대부분 여성들이다. 함께 간 동료는 내내 잠을 자기도 했지만 나는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여성 호르몬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하나 보다. 그리고 영화에서 그려지는 부부애도 감동적이다. '줄리 앤 줄리아'는 유머와 감동이 있는 따스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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