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백년간 시름 잊을 일

샌. 2009. 10. 30. 09:22

김육(金堉, 1580-1658)은 조선조의 문신이며 실학자로 효종대에는 영의정을 지냈다.이분이 대동법(大同法) 실시에 진력했다는 것은 그가했다는 이런 말을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입만 열면 대동법을 이야기하니 사람들이 나를 보면 웃을 만하다." 대동법이 당시에는 상당히 개혁적인 정책으로 지방의 부자나 토호세력들로부터 반대에 부딪치고 있었던 것 같다. 김육이 쓴 이런 시조가 전한다.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간 시름 잊을 일을 의논코저 하노라

 

'백년간 시름 잊을 일'을 의논코자 하겠다는 것은 이 시조가 단순히 꽃놀이나 친구와의 우정을 즐기는 풍류시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음풍농월하는 양반들의 유희가 아닌 적극적인 현실 개조의 의지가 들어있기에 이 시조의 가치가 빛나 보인다. 작자의 본마음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백년간 시름 잊을 일'을 좋은 정치를 통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마음으로 보고 싶다.

 

지금 정태춘 박은옥 기념 공연이 열리고 있는데 그분들이 인터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식탁에서 둘이 밥 먹으면서 세상의 미래에 대해, 인간이라는 종이 희망이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는 부부는 우리밖에 없을 걸요." 생각이 간절하면 그곳이 식탁이든 꽃놀이자리든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 공연 꼭 보고 싶었는데 뜻대로 될 것 같지 않다. 앞으로 두 분이 다시 힘차게 희망을 노래하는 모습을 만나고 싶다.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인간의 미래에 진정 희망이 남아 있기나 한 것인가? 사람들 입에서 이젠 별로 희망이나 긍정의 말이 들리지않는다. 좌절과 절망의 시대다. 그래도 누군가는 노래를 해야 하고, 누군가는 꽃밭에서 술잔을 기울여야 한다. 하루의 시름조차 힘겨운 우리들이지만 백년의 시름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백년간 시름 잊을 일을 의논코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