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지팡이를 짚고 산책하다

샌. 2009. 9. 21. 15:32

허리가 아파서 사흘째 자리에 누워 있다. 30대에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로 한 해에 한두 번은 연례행사처럼 이런 허리 통증이 찾아온다. 수술 후 디스크 증상은 사라졌으나 대신에 허리 근육이 약해졌는지 조금만 무리를 하면 근육이 결리는 이상이 생긴다. 그러면 허리를 펴기 힘들고, 몸은 말 그대로 S형이 된다. 병원에 가봐도 별 비방이 없음을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저 가만히 누워있는 게 제일 편한데 일주일쯤 지나면 증상은 절로 사라진다.

 

이번의 원인은 지난 주의 소백산 등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찬 비를 맞으며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스틱을 잡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부리나케 하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뒤에 니체를 읽는다며 두꺼운 책을 가방에 넣고 오래 걸은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별 것 아닌 것에 과부하가 걸린 셈이다. 내 허리는 그만큼 부실하다.

 





어제 저녁에는 지팡이를 짚고 억지로 집 부근을 산책했다. 이렇게 탈이 나봐야 온전히 걸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깨닫는다. 놀이터 의자에 앉아서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을 본다. 아이들의 경쾌한 움직임과 맑은 목소리가 나를 절로 미소짓게 한다. 나이를 물어보니 열한 살이라는 한 사내아이, 통통 튀는 용수철 같은 몸으로 깔깔거리며 뛰어다닌다.

 

어제 걸음이 도리어 무리가 되었는지 오늘 아침에는 결림이 더 심하다. 창 밖으로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허리가 파업하는 이런 날, 한번 푹 쉬어보는 거지. 그런데 마음은 별로 편안치 못하다. 내일은 어떡하든 출근해야 할 텐데,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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