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르누아르

샌. 2009. 8. 18. 19:25



밝고 화사한 세계를 만나고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누아르전을 찾았다.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던 르누아르 작품은 밝은 색감과 명랑한 분위기, 곱고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들로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뒤로 르누아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서양화가가 되었다. 얼마 전에도 뱃놀이하는 즐거운 풍경을 담은 그의 그림의 복제본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삶의 밝은 면만 부각시키는 귀족풍의 화려한 그림은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가 그린 것은 비현실적인 이상향일 뿐이다. 이런 것이 그의 그림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꿈, 특히 여성들의 로망을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인정을 해 주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것 역시 우리 내면 모습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르누아르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은 나를 기쁘게 했다. 그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특히 요즘처럼 어두운 분위기에 감싸여 있는 나에게 르누아르의 세계는 더욱 그리웠다.

 

전시회는 그림은 제대로 감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은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런데 그중 절반 가량은 엄마손에 이끌려 온 초등학생들이었다. 유명 대가의 그림을 직접 보여주려는 엄마의 애틋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시장바닥 같은 데서 설명 듣고 무언가를 적고 하는 꼬마들이 내 눈에는 애처롭게 보였다. 그것은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 앞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르누아르 그림에 나오는 밝고 건강하고 행복한 미소로부터 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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