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가야의 작품 중에서도 나는 이 그림이 제일 좋다. 석양에 물든 하늘에 초생달이 떠 있고 옆에는 금성이 빛나고 있다.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까, 소녀의 어깨에 걸친 수건과 헝클어진 머리칼이 하루의 고단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개와 함께 나란히 앉아 저녁 하늘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따스하고 평화롭다. 주황색의 색감도 그런 분위기를 더해준다.
1968년 일본 사이타마에서 태어난 카가야는 어릴 적부터별을 좋아해 밤하늘 그림을 즐겨 그렸다고 한다. 중년에 접어든 나이에도 여전히 별을 사랑하는 소년의 감수성이 살아 있어, 그의 그림은 사람들을 동화와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얼마 전에 카가야의 '천문 일러스트 전시회'가 국립과학관에서 열렸다. 그의 그림을 통해 아름다운 신화와 판타지의 나라에 빠져보는 것도 삶의 즐거움 중 하나이리라.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는 들판에 용담꽃밭이 펼쳐져 있다. 꽃들은 꽃대를 세워 푸른 달빛을 마시고 있고 그 보답으로 꽃가루를 하늘로 날려 보낸다. 이 빛나는 꽃가루가 하늘의 별이 되는 것일까? 푸른 달빛을 받아 활짝 피어난 용담꽃을 그린 작품 '마돈나 블루'이다. '마돈나 블루'(madonna blue)는 성모 마리아가 입은 푸른색 옷의 빛깔인데 여기서는 아쉽게도 원작의 환상적인 푸른색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그림은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달빛에 오버랩된 활을 힘차게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이다. 왼쪽 아래에 그녀가 모르고 쏴 죽인 연인 오리온의 별자리가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