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무탄트 메시지

샌. 2009. 8. 17. 10:01

호주에 ‘참사람’이라 불리는 원주민 부족이 있다. 그들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모든 생명체가 한 형제임을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우리 같은 문명인들을 ‘무탄트’라고 부른다. ‘무탄트’는 돌연변이라는 뜻으로, 인간의 기본구조에 내적 변화가 일어나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존재라는 의미다. 문명의 이기를 내세워 자신의 욕망 추구를 위해 물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나무를 베어내는 행위는 그들의 눈으로 볼 때 암세포와 같은 돌연변이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문명이라는 마취약에 취해 자신과 세상을 파멸시키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볼 때 우리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들의 지혜를 말해주는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이 있다. 호주 원주민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픽션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의 가치가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이 표준이고, 학교나 사회에서 배운 관념이 바른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와 다른 가치관은 배척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마치 중세 시대에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독단에 빠져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 ‘무탄트 메시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우리의 의식에 대해 비판과 반성을 요구한다. 그것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다음은 ‘무탄트 메시지’ 중의 몇 가지 내용이다.


<1>

생일을 축하하는 우리의 습관에 대해 그들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 그렇게 하죠? 축하란 무엇인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하는 건데, 나이를 먹는 것이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나이를 먹는 데는 아무 노력도 들지 않아요. 나이는 그냥 저절로 먹는 겁니다.” 내가 물었다. “나이 먹는 걸 축하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축하하죠?” 그러자 그들이 대답했다. “나아지는 걸 축하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


<2>

놀이와 스포츠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달리기 시합에 대해 설명하자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중 한 사람이 이기면,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져야 합니다. 그런 것이 재미있나요? 놀이는 재미를 위해 하는 겁니다. 어째서 문명인들은 그런 경험을 하게 해놓고, 당신이 승리자라고 설득하게 하죠? 그런 관습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군요. 당신네 종족한테는 그것이 그토록 중요한가요?” “아니요.”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3>

일곱 살 때 믿던 것을 서른일곱 살이 된 뒤에도 여전히 믿는다면, 평생을 살아도 없는 게 없을 것이다. 낡은 생각과 습관, 의견, 때로는 친구까지도 뱀이 허물을 벗듯 미련 없이 벗어 버릴 필요가 있다. 벗어도 작아지지도 커지지도 않는다. 그것은 단지 필요한 과정일 뿐이다. 새 것을 받아들일 빈 공간이 없으면 새 것이 들어올 수 없다. 사람은 낡은 짐을 벗어 던질 때 한결 젊어 보이고, 마음도 젊어진다.


<4>

참사람 부족은 우리의 현대적인 발명품들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고, 창조성을 꽃피우고, 모험에 뛰어드는 특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들은 무탄트들이 지식을 추구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고 믿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에게 이로울 때만’ 그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문명인들이 물질의 소유에 대한 관념을 다시 살펴보고, 기존의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


<5>

선교사들은 참사랑 부족에게 이렇게 설교했다. 식사하기 전에 두 손을 모으고 2분 동안 감사 기도를 드리라고,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라고. 부족 사람들에게는 그 설교가 어처구니없게만 들렸다. 참사람 부족은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잠에서 깨어났으며, 하루를 보내면서 어느 것 한 가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은 모든 인간이 타고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들이 그것을 원주민들에게 굳이 가르치겠다면, 우선 자신들의 사회부터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정말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쩌면 선교사 자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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