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75]

샌. 2009. 6. 17. 11:11

무릇 머리와 발은 있어도 마음과 귀가 없는 자들이 많다.

형체 있는 것은 형체도 형상도 없는 것으로 돌아갈 뿐

모든 존재는 다함이 없다.

운동은 그치고, 죽음은 살고, 실패는 흥기한다.

이에 또한 그것을 원망하는 까닭은

다스림이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물(物)도 잊고 천(天)도 잊어라.

그것을 일러 자기를 잊은 것이라 한다.

자기를 잊은 사람을 자연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凡有首有趾 無心無耳者衆

有形者與無形無狀

而皆存者盡無

其動止也 其死生也 其廢起也

此又非其所以也

有治在人

忘乎物 忘乎天

其名爲忘己

忘己之人 是之謂入於天

 

- 天地 6

 

예수께서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새겨들으시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예수가 바로 옆에 있다한들 마음의 귀가 열린 사람만 그분의 말씀을 알아듣는다. 마음의 귀는 진리를 향해 열린 귀다. 여기서 장자가 한탄하는 의미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공자의 질문에 대해서 노자가 대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공자는 노자의 한 수 아래, 즉 가르침을 받는 대상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장자가 이렇게 쪼잘한 비유를 썼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 도가와 유가의 논쟁이 격화되었을 때 장자 사후 그의 제자들에 의하여 쓰여졌을 것이다.

 

물(物)도 잊고 천(天)도 잊은 망기(忘己)는 장자 사상에서 아주 중요하다. 자기를 잊은 단계에 이르러야만 무위(無爲)의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망기(忘己)는 깨달음의 최고 극점이기도 하다. 물도 잊고 천도 잊는다는 것은 형이하학적 또는 형이상학적 집착을 모두 벗는다는 뜻이다.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바람마저도 버려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사람살이가 그럴 수가 없다. 티끌만한 것에도 온 우주가 무너지는 듯 괴롭고, 먼지만한 일을 두고 아둥바둥거리는 것이 사람이다. 한 사람을 못 잊어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삶과 죽음이 하나라지만 막상 그때를 당하면 발버둥친다. 그것이 사람이다. 사람이 그렇게 살지만 그래도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다는 것으로 위안이라도 삼자. 평생을 살아도 키 큰 나무를 뛰어넘지 못하는 작은메추라기일지라도 장자가 그려주는 장대한 스케일의 세계가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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