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74]

샌. 2009. 6. 14. 06:20

태초에는 무(無)도 없었고, 명(名)도 없었다.

여기에서 하나가 생겼으며

하나이므로 아직 형체가 없었다.

이 하나를 얻어 만물이 태어나는데 이것을 덕(德)이라 한다.

이때 형체가 없던 것이 분별이 생기는데

또 그것이 끊임이 없이 이어지니 명(命)이라고 한다.

그 하나가 머물기도 하고 운동하기도 하며 사물을 낳고

사물이 이루어지면 무늬가 생기는데 그것을 형체라 한다.

형체가 정신을 보존하여 각각 형상(이데아)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을 성품이라 한다.

성품을 닦으면 덕으로 돌아가며

덕이 지극하면 태초와 같아진다.

태초와 대동하면 허(虛)하고, 허하면 크다.

부리가 모여 울면 온갖 새들의 울음소리가 합창하듯

천지와 더불어 합해지면

그 합해진 것은 천지를 아우르는 벼리처럼 끝이 없고

어리석은 듯, 무지한 듯하다.

이를 일러 현덕이라 하나니

위대한 순응[自然)]에 대한 동화(同化)라고 한다.

 

太初有無無 有無名

一之所起

有一而未形

物得以生 謂之德

未形者有分

且然無間 謂之命

留動而生物

物成生理 謂之形

形體保神 各有儀則

謂之性

性修反德

德至同於初

同乃虛 虛乃大

合훼鳴 훼鳴合

與天地爲合

其合민민

若愚若昏

是謂玄德

同乎大順

 

- 天地 5

 

이 부분은 장자의 우주론에 대한 설명인 것 같지만 아는 바가 없어 덧붙일 말이 없다. 결국 사물들이 분화하고 갈라져서 여러가지 물상으로 나타나지만 태초의 상태로 돌아감으로써만 사람은 지극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경지를 현덕(玄德)이요, 대순(大順)이라고 한다. 역시 자연과의 합일에 대한 강조다.

 

여기에 나오는 용어를 중심으로 보면 태초에 하나[一]가 있었다. 이것을기(氣)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그 하나의 운동에 의해서 사물이 생겨난다. 그런 속성을 가리키는 말이 덕(德)과 명(命)이다. 사물이 정신과 결합하여 성(性)이 되는데 성을 닦아 태초와 하나됨으로써인간은 자신을 완성한다.

 

결국 분화와 회귀의 가르침이다. 돌아간다는 것은 원래 하나였으므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현상의 분별심에 얽매여 있는 것이 미혹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외침을 들으면 자꾸 장자가 연상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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