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76]

샌. 2009. 6. 26. 08:49

위대한 성인이 천하를 다스림은

민심을 자유롭게 뒤흔들어

그들 스스로 교화를 이루고 습속을 바꾸게 하여

그 도적의 마음을 들춰내어 없애고

모두 자주적 의지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오.

마치 민중의 본성이 스스로 하는 것 같아서

민중은 그렇게 된 까닭을 모르오.

 

大聖之治天下也

搖蕩民心

使之成敎易俗

擧滅其賊心

而皆進其獨志

若性之自爲

而民不知其所由然

 

- 天地 7

 

장자에서 말하는 '성인의 다스림'은 플라톤의 '철인정치'를 닮았다고 지난 회에서 말했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최상의 정치제도라고 하지만우매한 민중의 투표가 세상을 변화시키기는 힘들다. 소수의 지배자가 여론을 조작하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를 우리는 지금도 접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인이 아닌 성인이 다스리는 나라를 상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 나라 사람들은 정치가 무엇인지, 지도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관심이 없다. 장자가 그리는 것은 결국 국가나 정부가 없는 소규모 자치(自治)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장자는 미리부터 국가의 폭력성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 같다. 통치를 위한 제도나 조직이 인간을 도(道)에서 멀어지게 하는 악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장자는 후대 아나키스트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자행하는 가장 큰 폭력은 전쟁인데 이를 통해 인민을 조종하고 억압한다. 애국심이란 권력자들이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는 인민들에게는 평화와 질서를 지켜준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우리의 관점을 뒤집어보면 그 외에도 무수한 폭력의 사례들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개인의 각성과 그 각성이 삶으로 연결되는 길밖에는 없다. 장자가 강조하는 것도 이것이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변할 수가 없다. 내 의식이 폭력적인데 내가 모인 우리들의 집단이 어찌 폭력적이 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것이 장자가 우리 안에 들어있는 '도적의 마음을 없앤다'[滅其賊心]라고 한 의미다. 그런 점에서 톨스토이의 다음과 같은 말은 장자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시대에 모든 사람들이 인류를 변화시킬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정작 아무도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지위뿐만 아니라 형제나 동포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기를 원한다면, 익숙해 있는 삶의 방식을 바꾸고 그동안 누리고 있던 유리한 지위를 포기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격심한 투쟁에 대비해야 한다. 사람들이 이웃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취해야 할 행동은 새로운 형태의 체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자기 자신과 타인의 품성을 바꾸고 개선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을 돕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스스로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다른 모든 수단은 환상이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78]  (0) 2009.07.07
장자[77]  (0) 2009.07.02
장자[75]  (0) 2009.06.17
장자[74]  (0) 2009.06.14
장자[73]  (0) 2009.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