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73]

샌. 2009. 6. 9. 09:35

자고가 답했다.

"옛날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는

백성들이 상이 없어도 권면했고, 벌이 없어도 공경했소.

지금 그대는 상벌을 시행하나 백성들은 어질지 못하고

그로부터 덕은 쇠해졌고 형벌이 일어났소.

후세의 어지러움은 이로부터 시작된 것이오.

그대는 어찌 돌아가지 않소?

내 일을 방해하지 마시오!"

자고는 열심히 밭을 갈 뿐 돌아보지도 않았다.

 

子高曰

昔堯治天下

不賞而民勸 不罰而民畏

今子賞罰 而民且不仁

德自此衰 刑自此立

後世之亂 自此始矣

夫子闔行邪

無洛吾事

읍읍乎耕而不顧

 

- 天地 4

 

요순이 다스릴 때 백성자고(伯成子高)는 제후로서 임금을 도왔다. 그러나 우(禹)가 임금이 되자 사직을 하고 시골로 돌아가 농부가 되었다. 우임금은 직접 자고를 찾아가 함께 국가를 경영하자고 청했다. 그러나 자고의 대답은 단호했다. 자고는 열심히 밭을 갈기만 할뿐 돌아보지도 않았다.

 

요순과 우의 대비는 무위와 유위의 다스림을 뜻한다고 본다. 장자는 자고의 입을 빌려 유위의 해악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는법가(法家)와 유가(儒家)의 정치철학이 포함된다. 상벌을 통해 인간을 채찍질하는 것은 천성에 반하는 짓이다. 사람들은 공명심에 사로잡히고 서로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세상은 어지러워질 것이다. 자고의 은둔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잘못된 체제에서의 가장 효과적인 저항은 그것밖에 없다.

 

무위(無爲)란 인간 본성에 대한 낙관이 없으면 주장할 수 없다. 인간 내면에는 자연의 도(道)가 깃들어 있다. 장자가 그리는 최상의 사회는 도가 자연스레 발현되는 사회다. 그러므로 장자는 그것에 방해가 되는 온갖 유위적인 제도나 조직을 반대한다. 인간은 훈육이나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저 자연의 아름다운생태계를 보라. 인간적 지능이나 지혜가 없어도 멋진 조화를 이루며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도리어 인간이 개입함으로써 생태계에 치명적인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어제 정부에서는 4대강 정비사업을 한다고 앞으로22조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국민이 반대해도 마이동풍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자연을 인간의 맛대로 이용하고 훼손해도 된다는 발상이 안타깝다. 제발 자연에 대한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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