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봄볕을 쬐고 기운을 되찾다

샌. 2009. 5. 15. 09:43



며칠간 슬럼프가 계속되었다. 삶의 의욕을 앗기고 무기력증에 빠졌다. 별 이유도 없이 이런 손님이 찾아오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동안 헤매게 된다. 그래서 어제는 작심하고 일찍 직장에서 나와 교외로 나갔다. 강바람을 맞으며 봄볕을 쬐야 이 불쾌한 손님이 떠날 것 같아서였다.

 

하남의 한강변으로 가서 당정생태공원 길을 걸었다. 일부러 모자도 쓰지 않고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강가의 초록이 싱싱했고 강바람도 시원했다. 풀과 나무 사이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꽉 막혔던 마음은 대개 저절로 열린다. 자연은 가장 훌륭한 마음의 치유사이다.

 

당정생태공원은 아직 사람의 손길이 덜 미쳐서 야생 상태 그대로의 분위기가 있어 좋다. 둔치는넓은 억새밭이고 그 사이로 난 흙길이 예쁘다. 강변을 따라 시멘트길이 나 있는데 옆으로 흙길을 만드는 작업이 현재 진행중이다. 그리고 호쾌한 전망을 대하면 가슴이 절로 트인다. 마음이 답답할 때 이곳 길을 걸으며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 막힌 체증이 확 뚫릴 것이다.

 



마침 이곳에서는 공수부대원들이 낙하 훈련을 하고 있었다. 수송기가 하늘을 선회하며 연신 분대 단위의 병력을 하늘에 뿌렸다. 시차를 두고나온 낙하산들이 크고 작게 떠 있는 모습이 하늘에 핀 꽃 같았다. 바람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낙하해서 부드럽게 착지하는 기술은 멋진 구경거리였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엉뚱한 데에 떨어지기도 했다. 내 버킷 리스트에 낙하산 타기도 추가하고 싶다.

 





지금은 아까시의 계절이다. 이곳에도 달콤한 아까시 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 향기가 취할 듯 강렬했다.

 








병원에 간다고 조퇴를 했는데 사실 자연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병원이 아니겠는가. 도시와 문명이 욱체적 안락을 줄 순 있지만 영혼의 평화는 자연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하늘, 구름, 바람, 햇빛, 물, 풀, 나무, 새소리 등이 주는 위안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것이다.

 

봄 햇볕과 강바람을받고 초록 향기를 맡으며 고갈된 영혼의 에너지가 재충전됨을 느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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