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97]

샌. 2012. 3. 5. 11:07

열자 선생은 궁색하여 용모에 굶주린 기색이 역력했다.

객이 이에 대해 정나라 재상 자양에게 간언을 했다.

"열자는 모두가 도를 지닌 선비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가 군자의 나라에서 살면서 궁색하니

군자께서 도움을 주시지 않는다면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자양은 이 말을 들은 즉시

관리에게 명하여 그에게 곡식을 보내주었다.

열자 선생은 사자를 접견하고 재배한 후 곡식을 사절했다.

사자가 떠나고 열자가 방에 들어오자

그의 처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첩이 듣기로는

도인의 처자는 다 편안하게 산답니다.

지금 우리는 굶주리는 처지에

마침 군주께서 과분하게도 선생에게 양식을 보내셨는데

선생은 이를 받지 않으시니 어찌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열자 선생은 웃으면서 처에게 일러 말했다.

"군주는 마음으로 나를 알아준 것이 아니라

남의 말을 따라 나에게 곡식을 보낸 것이오.

그러니 그는 나를 벌주는 경우에도

또한 남의 말을 따를 것이오.

이것이 내가 곡식을 받지 않은 까닭이오."

 

子列子窮容貌有飢索

客有言之於鄭子陽曰

列於寇蓋有道之士也

居君之國而窮

君無乃

爲不好士乎

鄭子陽卽

令官遣之粟

子列子見使者再拜而辭

使者去列子入

其妻望之而부心曰

妾聞

爲有道者之妻子皆得佚樂

令有飢色

君過而遣先生食

先生不受豈不命邪

子列子笑謂之曰

君非自知我也

以人之言而遣我粟

至其罪我也

又且以人之言

此吾所以不受也

 

    - 讓王 5

 

세상의 변덕스러움에 대해 장자학파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과 거리를 둔다. 열자의 말처럼 영예를 추구하면 오욕 또한 내 몫이 되어야 한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다. 권력 가까이에 간다면생명을 온전히 보존치 못할 일도 생긴다. 차라리 부침의 세상사에서 초연하는 게 낫다. 이런 점에서 장자학파는 소극적이고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그들은 자족(自足)의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안하기만 할까. 여기서 열자 아내의 반박처럼 이런 인생관은 가족에게서조차 이해받기 어렵다. 당장 굶주리는 처지에 곡식을 주어도 받지 않으니 열이 나게도생겼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도 못하는 자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래도 열자는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아내를 두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199]  (0) 2012.03.16
장자[198]  (0) 2012.03.12
장자[196]  (0) 2012.02.24
장자[195]  (0) 2012.02.03
장자[194]  (0) 201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