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돌격내각이 전광석화처럼 전 국토를 공사장으로 만들자

샌. 2008. 12. 16. 10:39

"돌격내각이 전광석화처럼 전 국토를 공사장으로 만들자고 건의했다."

어제 저녁 TV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대통령을 면담하고 나와서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내용을 직접 말 한 내용이다. 가장 손쉬운 건설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인데 불요불급한 공사를 위해 산하를 파헤치는 죽음의 삽질이 그의 말대로라면 당장 시작될 것이다. 대운하가 반대에 부딪치니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가면을 쓰고 다시 등장했다. 그 사업에만 4 년 동안 14조를 쏟아붓겠다고 한다. 안 그래도 건설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전 국토가 절단나게 생겼다.

여당 대표가 거리의 선동가도 아닌데 사용하는 어휘가 너무나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라는데 놀랄 뿐이다. '돌격' '전광석화' '전 국토의 공사장화' 같은 말은 그들이 혐오하는 북쪽의 어투를 그대로 닮았다. 모두가 건설과 성장이라는 명제앞에서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이 정부가 쓰기 시작한 말에 '녹색성장'이란 것이 있다.내 아둔한 머리로는 도대체 어떻게 녹색과 성장이 연관될 수 있는지 헤아리기 어렵다. 그것은 마치 청빈과 자본주의가 어울릴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들도 녹색이 시대의 트랜드라는 것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미안하고 염치없어서 붙인 말이라면 그래도 일말의 동정이 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사업 계획을 설명하면서 '녹색뉴딜정책'이라고 하는 데서는 실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 러시아에서 새로운 폭탄을 개발하고는 '친환경폭탄'이라고 했다. 핵폭탄처럼 위력은 센데 방사능이 안 나오니 친환경폭탄이라는 것이다. 녹색성장이나 친환경폭탄이나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시대가 어렵고 험해지니 사람들도 제 정신이 아니다. 모두들 이판사판이 되어가는 것 같다. 전 국토를 공사장으로 만들겠다는 폭언을 대낮에 아무렇게나 내뱉을 수 있는 배짱이 부럽기고 하고 무섭기도 하다. 말 뒤에 숨어있는 집권세력의 의식구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좀더 조심스럽게 나라를 통치할 수는 없을까. 반주로 한 낮술에 얼큰해져서 실수로 튀어나온말이었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어찌 되었든 나라가 시끄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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