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돈이 첫째

샌. 2008. 8. 15. 14:42

건국 60 주년으로 광화문 거리는 잔치 분위기란다. 경제적 수치들은 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고, 지도자 역시 산업화와 민주화가 동시에 성취된 자랑스런 대한민국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어제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행복의 조건으로 사람들은 돈을 첫째로 꼽았다. 돈이 32.3 %, 건강이 32.1 %, 가족이 24.0 %였다.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에서 돈이 1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참고로 2001 년 조사에서는 건강, 가족, 돈 순서였다.

IMF를 겪으면서 한국인의 배금주의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그것은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때 새해 덕담으로 "부자되세요"라는 인사말이 유행하더니 이젠 드러내놓고 돈을 찬양하고 있다. 수단 방법이 어떠하든 돈만 많이 벌면 대접 받는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입 밖으로 돈 얘기를 꺼내는 걸 염치 없어 했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건 이젠 교과서 속에나 있는 얘기인가 보다. 그러나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세계 열 몇번째인가의 대국이 되었고,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비약적으로 발전했건만 개인도 그만큼 행복해졌는지는 의문이다. 도리어 국가간 행복지수 비교에서 한국은 늘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퍼센트는 감소했다.

행복은 마음의 문제이지 물질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물질이 행복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많은 한국인들이 돈만 있으면 행복해질 거라 착각하고 있다.천박한 자본주의의경쟁사회에서는 내가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이웃과 비교해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내가 상대를 이기고 모든 조건에서나아야 하는데 나보다 더 상층의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지금의 상황을 돌아보면 참 씁쓰름하다. 선진국일수록 이런 국민의 의식 수준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젠 어지간히 살 만큼 되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악착같이 돈에 매달리는 현실은 슬프다. 그것은 사람들이 아직도 행복이 소유와 개발과 성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최면 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그 책임은나라를 경영하고 이끄는 지도자 탓이기도 하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져도 우리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 모두가 부자가 되려는 욕심은 세상을 살벌하게 만들 뿐이다.돈보다 정신적 진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밝은 미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극단으로 치닫는 이 세계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도 고도성장과 물질적 풍요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미망에서 깨어나자. 그런 장밋빛 미래로 현혹하는 지도자의 말에 속지 말자. 60 년 전 김구 선생이 꿈꾼 나라는 부강한 나라가 아니었다. 선생의 소원은 아름다운 나라, 문화의 힘으로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는 나라였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화려한 잔치 속의 건국 60 주년이 되는 날, 우리는 선생이 꿈꾼 그런 나라를 과연 만들고 있는가?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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