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두 여인

샌. 2008. 7. 21. 09:42

1

옛날에 가난한 홀어미가 있었습니다. 그 홀어미는 부처님께 연등공양을 올려야겠는데 너무 가난해서 기름을 살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다못해 간신히 동전 한 닢을 빌어 밥그릇에 동전 한 닢어치 기름을 사가지고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저잣거리 뒷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기름에 불을 붙인 다음 그 앞에 엎드렸습니다. 그 홀어미는 아무런 비라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빌고 싶은 바람이야 마땅히 누구보다도 많았지만 공양이 너무 초라해서 부끄러운 홀어미는 그저 부처님께 몸 둘 바를 모르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밤이 깊어지면서 바람이 거세어졌습니다. 높다랗게 매달려 눈부시게 타오르던 수천수만 점 등불들이 모두 꺼져버렸습니다. 그런데 뒷골목 어디선가 가느다란 한 점 불빛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부처님 제자 한분이 달려갔습니다. 등불이 다 꺼지기 전에는 부처님께서 주무시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그 제자는 손으로 불을 끄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불은 꺼지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는 옷자락을 펼쳐 불을 끄고자 하였으나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습니다. "부질없이 애쓰지 말고 그대로 두라. 가난하지만 마음이 깨끗한 여인의 밝은 등불이므로 그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며, 그 여인은 오늘밤 공덕으로 다음 세상에서는 반드시 성불하리니."

2

바리사이 가운데 어떤 이가 예수께 자기와 함께 음식을 들자고 청하였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 바리사이의 집에 들어가 자리 잡으셨다. 마침 그 고을에서 죄인으로 소문난 여자가 있었는데 그는 예수께서 바라사이의 집에서 음식상을 받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 왔다. 그는 예수 뒤켠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더니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고 그 발에 입맞추며 향유를 발라드렸다. 예수를 초대한 바리사이가 보고서는 속으로 "이 사람이 예언자라렴 자기에게 손을 대는 저 여자가 누구이며 어떤 여자인지 알 터인데. 사실 죄인이지"하고 중얼거렸다. 이 때 예수께서 그에게 "시몬, 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하고 말씀하시자 그는 "선생님, 어서 말씀하십시오" 하였다. "어떤 돈놀이꾼에게 빚진 사람 둘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오백 데나리온을 빚졌고 다른 사람은 오십 데나리온을 빚졌습니다. 그들이 갚을 길이 없자 돈놀이꾼은 두 사람의 빚을 탕감해 주었습니다. 그러면 그들 중에 누가 그를 더 사랑하겠습니까?" 시몬이 대답하여 "제 생각으로는 빚을 더 많이 탕감받은 사람입니다" 하자 예수께서는 그에게 "올바로 판단했습니다" 하셨다. 그리고 여자 쪽으로 돌아서며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이 여자를 보고 있지요? 내가 당신 집에 들어섰을 때 당신은 나에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아 주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입맞춤도 하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맞추었습니다. 당신은 내 머리에 기름도 발라 주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발라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이르거니와, 이 여자는 많이 사랑했기 때문에 많은 죄를 용서받았습니다. 적게 용서받는 사람은 적게 사랑합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당신의 죄는 용서받았습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함께 상 받고 있던 사람들이 속으로 "이 사람이 누구인데 죄까지도 용서해 준단 말인가" 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구원했습니다. 평안히 가시오" 하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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