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15

샌. 2008. 7. 16. 09:52

세상에는 걷기의 고수들이 많다. 나 역시 걷기를 좋아하다보니 그런 사람들이 멋있고 존경스럽다.그런 고수들 중 한 분이 신정일 님이다.'우리 땅 걷기' 카페 회원인 동료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으나, 이번에 D 일보에 그분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대단한 분이라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다.

님은 초등학교가 학력의 전부다. 집이 가난해 중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는데, 대신 일을 하면서 책을 미친 듯이 읽었다. 걷는 것과 책 읽은 것이 그의 전부였다. 지금도 걷지 않는 날은 책 속에 갇혀 하루에 1~ 3 권을 읽는다.또 지금까지 쓴 책만도 35 권이 넘는다. 25년 넘게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걸어다닌 거리가 공식적으로만 16000 km라고 한다. 우리 땅 구석구석 그의 발길이 안 닿은 데가 없다. 하루 평균 40 km,시속 5 ~ 6 km의 빠르기로 걷는데, 그의 몸은 마라톤 선수처럼 탄탄하다.

"난 강가를 따라 걸은 때가 가장 행복하다. 강은 인생과 비슷하다. 강은 수많은 우연을 거쳐 마침내 바다로 들어간다. 강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내려가면서 단맛 쓴맛 모든 것을 경험한다. 강물 소리엔 삼라만상 모든 소리가 녹아 있다. 아마도 난 책이 없었으면 이 세상에서 진작 사라졌을 것이다. 낮엔 늘 지상의 길을 걸었고 밤엔 책 속을 거닐었다. 자연 속을 걸을 땐 그 속에서 수많은 책을 읽었고, 책 속을 걸을 땐 거기에서 새소리를 듣고 붉은 노을을 보았다."

님의 꿈은 강해설사라고 한다. 강물 따라 걸으며 사람들에게 강에 얽힌 역사나 문화 등에 대해 얘기해 주고 싶다는 것이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이 되는데 낙동강은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한다. 5대강을 특별문화재로 지정하고 강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강조한다. 그에게 대운하는 끔찍한 재앙일 것이다.

또 우리나라도 스페인의 산티아고 이상 가는 도보 코스를 개발하자고 제안한다. 바다를 따라 남북한이 연결되는 동해안 트레일 1300 km가 열리면 세계 최고의 걷기 코스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방자치체들이 협력하여 여행자 숙소도 짓고 인증서도 발급해 준다면 내가 보기에도 세계적으로도 멋진 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님은 걷고 싶은 길 15 곳을 추천했다. 그리고 그 길들을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이라고 명명했다. 목록을 보니 불행하게도 내가 온전히 걸어본 길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걸어야 할 길이 이렇게 많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앞으로 이 길들 위에 내 작은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다.

<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15 >

1. 충북 충주 목계나루에서 섬강이 남한강과 만나는 강원 원주 흥호리까지의 남한강 길

2. 경북 봉화 청량산에서 도산서원에 이르는 퇴계 선생이 걸었던 퇴계 오솔길

3. 전남 구례 피아골 입구에서 경남 하동까지의 섬진강 길

4. 강원 정선 광하교에서 나리소까지 남한강의 절경 동강길

5. 충북 괴산 청천면 선유구곡에서 화양구곡까지 난 길

6. 전남 강진 성전면 무위사에서 월출산 아래 누릿재 넘어 영암읍까지 삼남대로 길

7. 문경새재 길

8. 강원 양양에서 홍천으로 넘어가는 구룡령 옛길

9. 전북 임실 덕치 섬진강 진메마을에서 순창 동계면 평남리까지의 섬진강 길

10. 강원 평창 대관령 넘어 관동대로를 따라 가는 길

11. 남강 상류 화림계곡 거쳐 함양 상림에 이르는 길

12. 경남 통영 미륵섬 일주 길

13. 전북 고창 해미에서 선운산 넘어 선운사 가는 길

14. 전북 부안 내변산에서 직소폭포 거쳐 내소사에 이르는 길

15. 강원 삼척 용화해수욕장에서 임원을 거쳐 호산리까지 가는 길(관동대로 차마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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