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내 마음의 감옥

샌. 2008. 6. 30. 16:09

나는 밴댕이 소갈머리를 닮아서 성질이 조급하고 여유가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두 가지를 잘 참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하나는 느긋하게 기다릴 줄 모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날 방해하는 소음에 너무 예민하다는 것이다. 창피한 일이지만 부부싸움의 원인 중 많은 부분이 조급한 내 못난 성질 때문에 생긴다. 사실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이 무척 부끄럽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소한 일에 목숨 걸 듯 화를 잘 낸다. 그러고는 금방 후회를 한다. 미안하고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에 똑 같은 상황이 되면 역시 같은 반응을 한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에서 깨어나서는 후회를 했다가 금방 다시 술을 찾듯, 나는 조급중독증에 걸려있는지 모른다. 워낙 기다리지를 못하니 이제 아내는 나와 함께 쇼핑가는 걸 포기했다. 다른 데서는 그런대로 느긋한데 왜 이렇게 기다리는 것은 못하는지 나도 의아하게 생각될 때가 많다.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고쳐지지 않는 것은 내 성격의 어두운 면이다.


또 하나는 소리에 아주 예민해서 어느 소리든 신경을 거슬리게 되면 참지를 못한다. 특히 금속성의 기계음에 약하다. 주위가 심하게 복잡하고 시끄러우면 나는 거의 발작 상태가 된다. 요즈음은 휴일이라도 집에서 편안히 쉴 수가 없다. 바로 집 옆에서 아파트 신축 공사를 하는데 철근을 옮기거나 망치질하는 소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아내나 아이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도리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가 이상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다잡아도 나는 잘 되지 않는다. 한번 속에서 화가 치솟으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집에 있을 수가 없다.


이런 조급증의 원인은 나름대로 분석해 볼 때 나의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내 세계를 방해받는 것이다. 어느 누가 방해받기를 좋아하랴마는 나는 특히 정도가 심하다. 오죽하면 아내가 당신을 건드리지 않아야 집안이 편안하다고까지 말을 한다. 이기적인 이런 성향은 참으로 부끄럽다. 나보다 남을 먼저 헤아려주는 아량이 나에게는 너무나 부족하다. 아내와 아이들이 내 별난 성격 탓에 많이 힘들었겠구나하는 것을 이제야 느낀다. 그래도 타고난 성격이어선지 쉽게 고쳐지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조급증이라고 명명한 이런 성격은 나의 멍에이고 감옥이다. 지금껏 고쳐지지 않고 있으니 이젠 타고난 밴댕이 속 탓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업자득인 부분도 있다. 내가 추구하는 길이 어쩌면 그런 성향을 자꾸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밖으로 화를 내는 것이 결국은 나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이 그런 형식으로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좋게 해석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고, 실은 내 좁은 밴댕이 소갈머리 때문에 모두가 마음고생이 많다.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갇혀있는 본인이야 동정 받을 여지도 없지만, 짜증을 받아줘야 하는 가족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것이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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