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사르코지의 익살

샌. 2008. 6. 24. 13:35

오늘 아침 신문에 재미있는 사진이 실렸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국빈방문하는 환영식에서 부인의 손을 슬그머니 잡으니까 브루니의 얼굴이 빨개지며 겸연쩍은 듯 살짝 고개를 숙인 장면이다. 대통령의 익살스런 표정도 재미있고, 그에 반응하는 브루니의 표정도 귀엽다.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은 동양인에게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엄숙한 환영식장에서 저런 파격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사르코지에 대해서는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친미적인 정강 정책으로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했는데 사람 자체는 무척 진솔해 보인다. 적어도 위선이나 가식이 느껴지지 않아 좋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부인과 이혼하고 열세 살 아래의 모델 출신 미녀와 결혼해서 화제가 되었다. 만약 한국에서 그랬다면 대통령직을 내놓아야 했을 것이다.그런 점에서는 남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서구인의 의식이 우리보다 훨씬 앞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속은 그렇지 않으면서 체면과 겉모양새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워낙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강해서 그런지이 사진도 왠지 연출한 것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생긴다. 저런 식으로 정치인의 이미지를 조작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순진하고 어리석은 대중들만 그런 술수에 속아 넘어간다. 그런데 오늘은 저 사진의 두 사람을 믿어보고 싶다. 근엄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대통령보다는 사진 속의 사르코지 모습은 훨씬 더 인간적이고 친근감이 들어 좋다. 또한 얼굴이 발개진 브루니의 모습에서도 한 평범한 여인의 모습을 본다. 국정을 운영할 때는 저 정도의 여유와 유머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으로서 보다는같은 남자로서 내심 사르코지가 부럽다.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레리나의 발  (0) 2008.07.07
내 마음의 감옥  (2) 2008.06.30
즐거운 공상  (1) 2008.06.20
사랑의 호르몬  (4) 2008.06.16
[펌] 우리 안의 대운하  (0) 2008.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