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능소화의 계절

샌. 2008. 6. 26. 14:38



일주일 가까이 눈부시게 맑은 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철이지만 습도가 낮아 공기도 건조하고 깨끗하다. 세상은 시끄러운데누구 말대로 날씨는 환장하게 좋다.

 

골목길을 지나다가 활짝 핀 능소화를 만났다.이 꽃을 보며 여름이 왔음을 새삼 다시 느낀다. 능소화는 여름에 어울리는 꽃이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주황빛 능소화는 뜨겁고 화려하다. 능소화에는 사람의 시선을 통째로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화려하면서 기품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애잔하고 육감적이다.

 

능소화(凌宵花)라는 이름부터가 도발적이다. 하늘을 업신여길 정도로 도도하다는 뜻일까. 덩굴을 내며 위로 올라가는 모습하며, 동백처럼 통째로 떨어지는 꽃송이가 이름값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능소화를 보며 느끼는 감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여느 꽃에나 그러하듯이 사람들은 꽃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 결국 꽃을 통해 자신을 보는 셈인지 모른다.

 

'능소화'라는 제목을 가진 시를 찾으니 30 편이 넘는다. 그 중에서 이 한 편의 시를 골라 보았다.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서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 능소화 연가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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