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신교동에는 국립 서울농학교가 있다. 청각장애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곳이다.외형은 일반 학교와 비슷하지만시끄러운 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아이들은 수화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교정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하다. 그러나 말 없는 말은 빛 가운데에 가득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수화라는 것에 동감하게 된다.
농학교가 직장과 가깝다보니 지하철에서도 가끔씩 농아들을 만난다. 손짓으로 대화를 나누는모습은 하나 같이 밝고 귀엽다. 가슴 한 편이 아리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눈물겹도록 고맙다. 그들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하지만 추측컨대 신체적 한계로 인해 같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세상의 때가 훨씬 덜 묻었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은 그만큼 곱고 순수할 것 같다.
서울농학교 담에는 농아들이 만든 타일 벽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내 일상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년초에 제작된 것이다. 작은 그림과 글들에서 아이들의 꿈과 천진난만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손짓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읽혀져 감동을 준다.
'우리는 새싹이다'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이다'
'꿈을 향한 도전'
'아빠 엄마 사랑해요'
'시간은 금이다'
'꽃다운 인생'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만 행복해진다'
'너랑 함께 있으면 먼 길도 지루하지 않을 거야. 너랑 함께 있으면 힘든 일도 힘들지 않을 거야'
'수화 사랑해'
'감정을 갖는 사람은 사랑이 다가온다'
'숲은 아름답다 꽃이 예쁘다 동물을 사랑하자'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무거운 인생의 짐을 진 사람들이 무너지지 않고 의연히 살아가는 모습은 감동이다. 도리어 어떤 면에서 장애는 축복이 되기도 한다. 그런 마술이 가능한 것은 그가 가진 꿈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이 위대한 것은 현실에 매몰되지 않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꿈은 별나라에 이르게 할 수는 없어도 우리 가슴을 별빛으로 채울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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