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팔당에서 구리까지 걷다

샌. 2008. 6. 14. 18:58

다섯 번째 <토요 걷기>는 팔당에서 시작하여 한강과 왕숙천변을 따라 구리에 이르는 강변길을 걸었다. 중앙선 전철로 팔당역에 간 다음에 한강의 둔치길로 내려가 하류를 향해 걸었다. 덕소를 지나 왕숙천과 만나는 지점에서는 구리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구리역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돌아왔다. 6 월의 여름 햇살이 무척 따가웠다.

 

걸은 구간 : 팔당역 - 덕소 - 수석리 - 미음나루 - 왕숙천 - 구리역

걸은 시간 : 11:30 - 16:00

걸은 거리 : 약 17 km

 



여기가 한강으로 들어와 걷기 시작한 지점이다. 팔당역에서 내리면 바로 한강으로 진입이 안되고 한참을 국도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길은 보도가 없어서 위험한 편이다. 육교를 건너면 한강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한강길에 접어들면 좀전의 번잡함은 눈 녹듯 사라진다. 차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고 호쾌하게 전망에 가슴이 탁 트인다. 길은 깔끔히 정비가 되어 있다. 이제부터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걸으면 된다.

 



여기는 아직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서 강변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모래톱이 드러나 있고, 풀들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다. 시멘트로 발라버린 강둑보다는 생태적으로나 미적으로나 훨씬 나아보인다. 그러나 개발론자들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게 여길지 모른다. 나로서는 운하를 만들기 위한 삽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덕소 지역에 들어서면 고가도로 밑으로 걸어가야 한다. 이 도로는 서울과 양평을 연결하는 국도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고가 때문에 길에 그늘이 생긴 것이 고마웠다. 여기까지 오는데 1 시간 정도가 걸렸다.

 



수석리에서 바라본 한강의 상류 방향이다. 멀리 덕소 시내와 예봉산이 보인다. 우리는 예봉산 아래에서 시작하여 여기까지 걸어왔다. 강변을 따라 연결되는 길은 여기서부터는 산길로 이어진다. 수산리(水山里)는 이름 그대로 배산임수의 조용하고 아담한 동네다.

 



드디어 밤꽃의 계절이 시작된가 보다. 밤꽃이 피면 산은 하얗게 변한다. 이제 갓 피기 시작한 때문인지 밤꽃 향기는 그다지 진하지는 않았다.

 



작은 산을 넘으면 미음나루의 음식점촌이 나타난다. 예전에 이곳 미음나루는 하남시 미사리로 건너가던 나루였다고 한다. 그런 주막촌의 전통 때문이었을까, 이곳은 서울 근교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마을이 되었다. 주말이어선지 차들도 많았고, 손님들도 많았다.

 



여기가 왕숙천이 한강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왕숙천은 경기도 포천에서 발원하여 남양주를 지나 한강으로 연결되는 길이 약 40 km의 한강 지류다. 전설에 따르면 왕자의 난으로 함흥에 갔던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함께 한양으로 환궁하던 중에 지금의 진접에서 며칠을 머물렀는데, 그 마을 앞으로 흐르던 하천을 '왕이 자고 갔다'라는 뜻으로 왕숙천(王宿川)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왕숙천을 따라 구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천변을 따라 난 길은 아주 정비가 잘 되어 있었고,햇볕 쨍쨍한 한낮이라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사람이 드물어 오히려 좋았다.

 



왕숙천을 따라서는 특히 꽃밭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걷는 내내 꽃에 묻힐 수 있어 행복했다. 왕숙천은5 년 전의정비사업을 통해 생태적 하천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물가에는 내려가 보지 못했으나 천변 둔치지구는 행정당국에서 애쓴 노력이 보였다.

 



여러 가지 꽃들이 있었으나 그중 패랭이꽃 종류가 가장눈에 띄었다. 원예종으로 개발된 여러 색깔의 패랭이들 종류가 많았다. 색깔별로 사진을 찍는다면 십여 가지 이상 나올 것 같았다.

 



구리역에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면서 본 왕숙천의 모습이다. 금속성의 느낌이 날 정도로 너무 깔끔했다. 하기는 이런 것이 현대 도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리 구리타워가 보인다.

 

강을 따라 걷는다고 하면 지리해서 어떻게 걷느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산에 오르지 왜 그늘도 없는 강길을 굳이 찾아 걷느냐고 묻는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에게는 사실 길이 어떠하냐보다 길 위에 선다는 자체가 소중하다. 그리고 늘 새로운 길에 대한 유혹이 있다. 산길도 걷고, 도시의 길도 걷고, 강길도 걷는다. 산길은 산길대로, 도시의 길은 도시의 길대로, 강길은 강길대로 각각의 매력이 있다. 요사이 웬만한 도시에서는 강이나 하천변을 따라 걷는 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그러므로 접근하기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가기도 용이하다. 그런 점들이 내가 자주 강길을 따라 걷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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