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장독대에 있는 항아리를 닮은 꽃이다. 막사발같이 투박해 보이지만, 유백색의 질감은 달항아리를 연상시킨다. 수수하고 순박해서 초가집 담벼락에 피어 있으면 잘 어울리는 꽃이다.
초롱꽃은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해주는 꽃 중 하나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모자라지만 여유 있고, 갖추지 못했지만 만족한다. 초롱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고 넉넉해진다.
이해인 수녀님은 초롱꽃을 이렇게 노래했다.
내 마음은
늘
차고 푸른 호수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오시면
뜨겁게 움직이는
화산입니다
당신이 사랑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시면
조금 더 총명해지고
조금 더 겸손해지고
조금 더 믿음이 깊어지는
한 송이 꽃입니다
당신의 발걸음을 들으면
고요한 마음에 파문이 이는
가만 있을 수가 없어
맨발로 뛰어나가는
참 어쩔 수 없는
초롱초롱
초롱꽃입니다
- 초롱꽃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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