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
- 별 헤는 밤 / 윤동주
지금으로부터 63년 전인 1945년 2월에 윤동주는 일본에 있는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해방을 불과 여섯 달 남겨둔 스물여덟의 꽃다운 나이였다.
내가 이 시를 좋아하는 것은 시인의 맑은 영혼과 그리움이 너무나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에 나오는 예쁜 낱말들을 사랑한다. 별, 추억, 사랑, 동경, 쓸쓸함, 그리움, 이국 소녀, 비둘기, 토끼, 강아지, 노새, 노루, 프란시스 잠.... 그 중에서도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라는 구절이 아주 좋다. 그리고 이 시를 음송하다 보면 별을 바라보고 있었을 시인의 눈동자가 선연히 떠오른다. 아마 시인의 눈가에는 촉촉이 물기가 젖어있었으리라.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다가올 봄에 대한 그리움을 시인은 별 하나하나에 투영하고 있다. 지금 이 시를 읽은 나에게도 시인의 그런 감정은 고스란히 투영되어 온다. 그러면서 내 마음이 정화되고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 시에는 그런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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