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

샌. 2008. 1. 6. 14:54

북해에 한 물고기가 있는데 이름을 곤이라 한다.

곤은 그 크기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이 변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 한다.

붕의 등 넓이도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다.

한번 노하여 날면 그 날개가 하늘에 구름을 드리운 것 같았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남명으로 이사를 간다.

남명이란 천지다.

 

北冥有魚其名爲鯤

鯤之大不知其幾千里也

化而爲鳥其名爲鵬

鵬之背不知其幾天里也

怒而飛其翼若垂天之雲

是鳥也海運則將徙於南冥

南冥者天池也

 

- 逍遙遊 1

 

장자는 첫머리부터 일견 황당해 보이는 얘기를 하며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이것은 일상에 매몰되어 작아진 인간의 마음에 가하는 일종의 쇼크요법처럼 보인다. 스케일의 크기는중국인의 과정법 이상의 차원인 것이다.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말은 변화[化]라고 할 수 있다.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어 천지로 날아가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인간은 초월되어져야 할 존재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종교적 용어로 말하면 거듭남이나 께달음과 같다. 인간 존재의 목적은 거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뒤의 얘기를 보면 큰 새는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날아간다고 되어 있다. 우리가 공기가 있어야 숨을 쉬며 살아가듯 큰 새도 두꺼운 공기층에서 일어나는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그래서 여기서의 바람은 일상이며 또한 생명의 기운이라고 생각한다. 초월적 존재인 큰 새라고 해서 일상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장자가 그린 진인(眞人)이나 지인(至人)은 우리들 가운데 섞여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들과 크게 차이가 없어 분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하늘을 난다는 점에서 분명 우리와 다르다.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된다는 비유는 우리는 초극되어야 할 존재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동시에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가야할 곳은 '하늘 연못'[天池]이다. 하늘 연못에의 도달은 궁극의 존재와의 일치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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