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를 처음접한 것은20대 초반이었던대학생일 때였다. 그러나조금 읽다가 금방 흥미를 잃고 책을 놓아버렸다. 처음에 나오는 큰 물고기와 새 이야기가 무척 황당하고 이상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그 비유의 의미를 파악하기에는나이가 너무 어렸던 탓이었다고 생각된다.
당시의 캠퍼스 분위기는 동양철학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었다. 나 역시 칸트는 들고 다니면서 동양사상에 대해서는 어떤지적 호기심도 생기지 않았다. 다른 무엇보다 장자가 당시의 혈기왕성한 젊은이에게 공감 받을 사상이 아니었다는 것이쉽게 장자를 가까이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제대로 장자를 읽기 시작한 것은 40대 중반이 되어서였다. 그때에 나는 삶의 문제에 대해 사춘기와 비슷한 정신적 방황을 하고 있었고, 자연스레 노자와 장자를 찾게 되었다. 책도 시절인연을 만나야 하는가 보다.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노자와 장자가 그렇게 달콤할 수 없었고, 나에게는 마치 구원의 복음처럼 받아들여졌다. 그 뒤로 노장사상은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사고의 틀은 기본적으로 노자와 장자에 바탕하고 있다.
장자는 나에게 있어 인간 해방과 초월을 가르치는 안내서다. 자질구레한 일상에 매몰되어 있다가 장자를 읽으면 속이 탁 트이는 경험을 한다. 그것은 마치 높은 산의 정상에 서서 아랫 마을 인간 세상을 내려다 보는 느낌 같은 것이다. 동시에 장자는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공부하고 내면화하도록 유도한다.
작년에 기세춘 선생이 새롭게 번역한 '장자'가 출판되어, 이제 이 새로운 텍스트로 장자를 다시 읽기로 한다. 2006년도에는 1년여에 걸쳐 노자를 읽으며 비록 어설픈 감상이지만 'TAO'라는 이름으로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역시 1년 정도로 예상하며 장자를 정독해 볼계획이다. 내 생각의 얕은 바를 드러내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마찬가지로 그때그때의 느낌을 여기에 옮기려 한다.책을 읽고 느낌을 정리하는 것은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다. 글로 옮긴다는 것은 내용을 반추하고 내실화하는 것으로, 책의 내용이나의 피와 살로 되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장자'를 다시 만나는 2008년은 나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되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