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TAO[81]

샌. 2007. 4. 5. 12:51

진실한 말은

달콤한 밀어가 아니랍니다.

달콤한 밀어는

진실한 말이 아니랍니다.

진실한 사람은

말을 아낀답니다.

말을 아끼지 않는 사람은

진실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진실로 현명한 사람은

많이 알지 못하고

많이 아는 사람은

진실로 현명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쌓아 두지 않는답니다.

아낌없이 나누어 주지만

언제나 모자람을 모른답니다.

주면 줄수록 더 풍성해지니까요.

이것이 타오의 움직임이랍니다.

타오의 움직임은

이 세상에

덕을 줄지언정 해는 끼치지 않는답니다.

그러기에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일을 할 때

다투지 않는답니다.

다투지 않고 해낸답니다.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知者不博, 博者不知.

聖人不積, 旣以爲人, 己愈有, 旣以與人, 己愈多.

天之道, 利而不害, 聖人之道, 爲而不爭.

 

오늘로 도덕경 읽기가 끝났다. 지난해 3월 10일에 시작했으니 1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그동안 카지마 쇼조가 쓰고 황소연 님이 번역한 '퓨전 도덕경'을 원본으로 해서 그때그때 내멋대로의 느낌을 적어 보았다. 내가 처음 도덕경을 접한 것은 약 10년 전인 40대 중반이 되었을 때였다. 늦은 편이었지만 당시의 인생 번민기에 도덕경은 나에게 불꽃 같은 각성을 주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도덕경을 10여 회 읽었을 것이다. 그중에서 이번이 가장 긴 시간이 걸렸고 가장 꼼꼼이 읽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번역이 수려해서 여든한 편의 시를 읽는 기분으로 도덕경을 만났다.

 

총 81 장으로 구성된 도덕경은 '道'로 시작해서 '不爭'이라는 말로 끝난다. 이번에 읽으면서는 '다투지 않음[不爭]'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도덕경의 주제를 '不爭'이라는 말로 압축시킬 수 있을 것도 같다. 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이 물인데, 물의 으뜸 되는 특징 또한 不爭이다.

 

노자가 살았던 시대는 전란이 그치지 않던 약육강식의 세상, 강한 자가 세상을 지배하던 혼란기였다. 이때 노자는 기성 세계의 가치관과는반대 되는 약함, 부드러움, 자연성, 보살핌, 조화의 가르침을폈다. 노자 가르침은 특징은 역설, 또는'反'이라는 말로 나타낼 수 있는데, 자연의 원리[道]가 바로 그런 '反'의 움직임으로 되어 있다. 어느 한 쪽으로의 극단적 편향은 반드시 마찰과 갈등을 유발한다. 현대문명이 지향하는 날카로운 방향은 노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 마지막 장에서도 그에 대한 비판이 반복해서 나온다.

 

노자는 참된 인간성의 회복, 모든 존재가 함께 어우러진 평화의 세계를 꿈꿨다. 그러자면 꾸밈이나 가식이 없는 타고난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 국가라는 체제하에서는 당연히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도덕경 또한 지도자의 덕목을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인간 각자가 스스로 내면의 평화를 찾는 일일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한 인간으로서의 완성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노자는 손가락으로 길을 가리키지만 직접 그 길에 들어서 걸어가야 하는 것은 우리들 각자의 몫이라 할 수 있다.

 

도덕경이 산문보다는 시에 가깝듯 도덕경을 읽을 때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새삼 느꼈다. 도덕경은 이해하는 책이 아니라 감동해야 하는 책이다. 앞으로 내 남은 생애에도 계속 도덕경과 함께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내 몸과 생활로 그 일단이나마 실천하며 살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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