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참취

샌. 2007. 10. 5. 14:26



십 년 전만 해도 봄이면 어머니와 함께 산나물을 뜯으러 소백산에 올랐다. 보통 취나물이라 부르는 것이 이 참취를 가리킨다. 점심에는 갓 뜯은 참취에 밥을 싸먹는 맛이 또 별미였다. 참취의 향기가 오랫동안 입안에 머물렀다. 지금은 봄나물 채취철에는 외지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어머니의 체력 또한 받쳐주지 않아 산에 들지를 못한다. 그러나 산을 지키는 대가로 그 정도 아쉬움은 충분히 참을 수 있다.

 

가을에 피는 참취꽃에는 수수한 아름다움이 있다.꽃잎이 온전히 나있지 않고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있지도 않지만 여러 갈래로 갈라진 가지에서 피어난 꽃들은 무척 서민적이다. 그래서 더욱 친근감이 드는 꽃이다. 고향집 마당가에는 한두 송이 심어놓았던 참취가 퍼져서 무리를 이루고 있다. 참취는 굉장히 번식력이 강한 것 같다.

 

참취가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함께 하는 풀이라는 것은 이 시를 보다가 알았다. 가을에 잎이 땅에 닿으면 곧 뿌리를 내려 새 포기가 된다고 한다.

 

김승기의 '참취'라는 시다.

 

자연을 알지 못하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은 모르지

함께 사는 세상

봄철 식탁에서 입맛 돋우는

향그러운 취나물이

어떻게 싹을 틔우고 꽃 피우는지

자연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르지

씨로 유성번식을 하면서도

흙에 닿은 잎에서 뿌리를 내리는

무성번식도 한다는 것을

이 땅 저 땅 파헤치며

잘난체하는 잔인한 바보

인간들은 모르지

그렇게 피운 하얀 별꽃이

가을 밤하늘

차가운 지상을 밝히며

가난한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 없지

하늘 한 번 쳐다볼 줄 모르는

밤에도 색안경 쓰고 사는 사람은

생각조차 할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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