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에 물질경이가 피어 있으면 주위가 환하다. 물질경이는 작은 연꽃이다. 탁한 물에서 자라도 무척이나 곱고 예쁜 꽃을 피운다.
물질경이는 물에서 자라는 수생식물인데 잎은 물 속에 잠겨있다. 잎은 이름 그대로 질경이를 닮아 투박하고 튼튼하게 생겼다. 그 사이에서 연분홍 꽃이 물위로 피어나는데 여려서 안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혼탁한 세상 가운데서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꽃은 늘 밝고 곱다.
마침 김승기 시인의 '물질경이'라는 시를 만났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씀이
거짓이라는 것을
물질경이를 보고서야 알았다
땅 위에서만 뿌리내리는
질경이만 생각했는데
물 속에서 더 예쁘게 꽃피울 줄이야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말씀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물질경이를 보고 알았다
버려져 썩어가는 찌꺼기들
물 더럽힐까
영양분으로 빨아올리는
중생구제의 보살행
낮은 곳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아
오묘한 동식물의 세계
함부로 말하지 말라
번쩍
머릿속을 때리는 섬광 하나
온몸을 칭칭 감았던 안개
거두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