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가시연꽃

샌. 2007. 10. 2. 10:24



가시연은 한해살이식물인데 불과 몇 달 사이에 엄청난 넓이로 자란다. 지름이 2m 되는 것도 있다고 하니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이 아닐까 싶다. 어떤 가시연은 어린 아이가 앉아도 가라앉지 않는다고 한다. 잎은 거북등같이 투박하고 가시가 나있어 앉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는 않지만, 멀리서 보면 물 위에 마치 방석이 떠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진한 자주색의 작은 꽃은 잎은 뚫고 나와서 핀다. 활짝 핀 모습이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감출 것이 많은지 내가 보았을 때는 늘 수줍은듯 오무리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가시연의 특징은 꽃대와 잎에 나있는 가시들이다. 이 가시연이 연꽃의 원시종이라면 진화의 초기 단계에서는 이런 가시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도리어 거추장스럽지나 않은지 염려가 된다.

 

무슨 지킬 것이 많기에 자신의 몸에 무수한 가시를 달고 있는지 가시연을 보면 안스런 마음이 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누구나 다 자신의 방어벽이 있다. 다만 고등생물일 수록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가시연은 차라리 솔직하다. 살다 보면 투박해도 솔직한 사람이 더 정겹게 느껴질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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