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참깨

샌. 2007. 9. 14. 14:19



어머니의 밭에서는 여름이면 하얀 참깨꽃이 피었다. 내 키만큼 자란 참깨밭의 고랑에 들어서면 눈부시게화사한 참깨꽃이 반겨주었다. 참깨꽃의 흰색만큼 부드럽고도밝은 색깔을 나는 아직 다른 데서는 보지 못했다. 꽃에서는 마치 신비한 빛이 은은히 나오는 것 같다.

 

종 모양으로 생긴 참깨꽃에는 벌을 유혹하는 활주로가 선명히 나 있다. 벌을 유혹하기 위해 진화한 구조가 인간의 눈에도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벌과 인간의 시각 사이의 상관 관계에는 자연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들어있을지 모른다.

 

신혼 때를 깨소금 같이 고소하다고 한다. 입맛이 없거나 속이 불편할 때깨소금을 띄운 장물에 참기름을 넣어 밥을 비벼먹으면 이내 입맛이 돌아오고 속이 편해진다. 어렸을 때도 깨소금 장물을 달라고 밥투정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게, 이젠 그 여운조차 희미해져 버렸지만....

 

참깨를 털듯 나를 거꾸로 집어들고

톡톡톡톡톡 털면

내 작은 가슴속에는 참깨처럼

소소소소소 쏟아질 그리움이 있고......

 

- 정채봉의 '참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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