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비 오는 날 관곡지에 가다

샌. 2007. 9. 7. 14:21



경기도 시흥에 있는 관곡지(官谷池)가 연꽃으로 유명하다는 얘기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초가을 비가 내리는 날 찾아가 보게 되었다. 평일인데도 성산대교를 건너 시흥으로 가는 길은 정체길이 길게 이어졌다.

 

관곡지는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맹 선생과 인연이 있는 연못이라는데, 세조 6년(1463)에 중국을 다녀올 때 연꽃씨를 채취하여 가지고 돌아와 이곳에서 처음 재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여기에 큰 연꽃밭을 조성해 놓아서 수도권 사람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관곡지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더욱 굵어져 연꽃길을 산책하려는 계획은 포기해야만 했다. 연꽃의 때도 지난 데다 날씨마저 궂어 찾은 사람도 적었다. 그러나 빗속의 연꽃밭 풍경은 색다른 맛이 있었다. 넓은 연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아름다웠고, 둥근 수련잎과 빗줄기의 둥근 파문이 어우러진 모습도 서정적이었다.

 

비가 오는 날은 기분이 멜랑꼴리해져서 싫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런 기분을 즐기기도 한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한도 안에서 나도 그런 기분을 즐기는 편이다. 빗길을 드라이브 하고, 또 예쁜 연꽃들도 보았으니 비 오는 날 이 정도의 호사라면 다른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이 성큼 다가설 것이다. 그동안 비가 잦았는데 이젠 가을 곡식의 알찬 수확을 위해서 맑은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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