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가끔씩 파초를 볼 때마다 왜 절에서 파초를 심는지, 불교와 파초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번에 직지사에 갔을 때도 큰 파초를 만났는데 그 이색적인 풍경이 그런 생각을 역시 들게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법구경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芭蕉以實死 竹蘆實亦然 거허坐妊死 士以貪自喪
파초는 열매를 맺어서 죽고
대나무와 갈대 열매 또한 그러하며
거허(나귀와 말 사이에 난 트기)도 새끼를 배어서 죽고
사람은 탐욕으로 해서 스스로 죽는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파초의 의미는 반면교사로서의 교훈을 주는 부정적 의미일 수도 있다. 실제로 파초가 열매를 맺고는 죽어버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얘긴데 아직 그런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처음에 나는 파초의 넓은 잎이 주는 상쾌함과 시원함, 이런 것이 정적인 절 분위기에 색다른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절에 파초를 심는 것이 그런 의미가 아닐까고 상상한 것이다. 또는 파초의 넓은 잎에 비가 내릴 때 그 빗소리가 깨달음을 일으키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 분명 무슨 연유가 있을 것인데 어느 것이 맞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파초(芭蕉)는 시원하게 생긴 잎이 이국적이어서 여름에는 특히 더 눈길을 끈다. 주로 온실에서 보지만 이렇게 절에서 만나는 파초는 더욱 반갑다. 파초와 불교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나중에 직접 스님께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