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불만에 찬 물고기

샌. 2007. 8. 17. 14:08

약 4억년 전 바다에 살던 물고기가 최초로 육지에 발을 디뎠다. 그 물고기가 바로 우리들의 직계 조상이 되었다. 물 속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세계로 눈을 돌린 그 물고기의 한 걸음이야말로 육상 생물의 진화에 결정적인 전기가 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달 착륙 이상의 위대한 한 걸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물고기는 어째서 자신의 세계를 벗어날 시도를 할 수 있었을까? 무슨 까닭이 바깥 세계를 넘보게 했을까? 유전자에 내재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확장욕 때문이었을까? 냉혹한 수중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추측하지 못하는어떤 불만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수중 세계를 벗어나려고 한 그 최초의 물고기를 '불만에 찬 물고기'로 부르고 싶다.

뭔가 새로운 것은 '불만'에서 시작된다. 불만족이야말로 현실을 개선시키는 출발점이며 동력이다. 불만에서 문제의식이 시작되고 현실을 개선할 노력이 거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불만은 그 부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긍정할 가치가 있다. 배 부르며 만족하는 돼지를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아웃사이더의 존재는 참으로 중요하다. 일견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그들이 없다면 세상은 균형있게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시대의 위기 중 하나는 불만에 찬 물고기들이 점점 줄어든다는데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더욱 그러하다. 영악하다고 부를 수 있는 너무나 현실타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다. 젊음의 패기는 그런 것이 아닌데 말이다.

어제는 한 식당에서 옆자리의 젊은이들 대화를 엿들을 기회가 있었다. 새로 사귄 남자 친구를 얘기하는 것 같았는데 대뜸 옆의 사람이 "걔, 돈 많아?"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자 뭐라고 설명했는데 전부와 하고 감탄을 했다.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새파란 젊은이들까지 그런 배금주의의 노예가된 현실은 너무나 서글펐다. 적어도 젊은이라면 그런 말에 모욕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오기와 자존감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사실 우리 때라고 돈을 싫어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그런 질문을 천박하다고 여기며 쉽게 입에 내지는 않았다.

물론 모든 불만이 다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현실은 세상의 1%가 전세계 돈의 96%를 소유하고 있다. 분명 나머지 99%는 불만을 가져야 옳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자신의 상태에 대해 불만을 느끼지만 상위 1%가 되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의 대열에 자진해서 참여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자신의 부를 쌓기 보다는 이런 체제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려고 고민하고 행동한다. 전자는 악이라 부를 수 있는 체제를 유지시키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만, 후자는 그것을 선의 체제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분명 후자 쪽이 의미 있는 불만이라 하겠다.

세상 돌아가는 현실에 대해 불만에 찬 목소리를 젊은이들에게서 점점 찾아볼 수 없다. 이젠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이도 줄어들고, 이념에 대해서 논하는 소리는 거의 찾아보기도 힘들다. 모두들 먹고사니즘에 매달려 자본이 지시하는 길로 줄지어 달려가기만 한다. 대학은 지성을 연마하고 참살이의 길을 고민하는 전당이 아니라 취직을 준비하는 일선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이 최선의 길인지 아닌지를사람들은 별로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 의문을 던지는 것이 이젠 별종 취급을 받고 있다.

물 속을 벗어나기로 한 최초의 '불만에 찬 물고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환경에 적응하고 안온함을 구하는 대신 그는 다른 세계를 꿈꾸었다. 그리고 고난의 길을 찾아나선 그 물고기의 한 걸음이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지금은꿈과 이상의 상실 시대다. 젊음의 특권이라는 약간은 허황된 생각이나 시도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진정한 불만을 느끼고 그것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 인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그래서자꾸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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