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집이 뭐길래

샌. 2007. 8. 24. 15:08

집 없는 설움보다 큰 설움은 없다는 말이 있다. 특히 한국 사람이 땅이나 집에 집착하는 이유도 돈이 된다는 것과 함께 없을 때의서러움을 알기 때문이다. 아직도 전체 세대의 40%가 무주택가구라는데, 땅 투기와 아파트 투기로 인해 그들이 받는 상처는 집 있는 사람들은 종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도 셋방살이를 전전한지 어느덧 7년 째가 되어간다. 그동안에 서울의 집값은 서너 배씩 뛰어올라 가만히 앉아서 재산가치가 반의 반 토막으로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 집 한 채 장만하기도 어려운 처지가 되어 버렸다. 아무래도 그런 상실감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것은 아내다. 최근의 부부갈등의 원인도 거기서 출발하고 있다. 집이 있든 없든살림에 무관심한 남편이 밉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이왕 이렇게 된 것, 마음만이라도 편하게 먹고 살자고 말해 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집이 없는데 어떻게 마음이 편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옳은 말이다. 그러나 속 상해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도리어 오기로라도 집 없이 살아보겠노라는 각오를 다졌으면 좋겠건만 아내의 마음은 그게 아니다. 마이 하우스가 없다는 것은 부평초처럼 불안정한 생활을 의미하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아내에게서 온 메일을 열었다. 아내에게서 메일이 오면 두렵다.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면 아내는 메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때문이다. 메일 내용은 늘 내 마음을 아프고 슬프게 만들었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같이 사는 한 사람을 마음을 편하게 해 주지 못하면서 무슨 큰소리를 칠 자격이 있겠는가. 자괴감으로 기분이 계속 우울하다.

아내는 현실적이고 나는 이상적이다. 아내는 하늘만 쳐다보는 내가 마음에 안 들고, 나는 땅만 얘기하는 아내가 마음에 안 든다.서로가 자기 뜻대로 변했으면 하지만 지금까지도 둘의 거리는 가까워지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터에서 철수한 뒤로는 그 갈등이 자주 겉으로 드러난다. 위기의 계절인 것이다. 서울을떠날 결단을내린 것이 10년 전, 이제 다시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집 하나를 구해야 하는 신세로 변했다.그 길만이 우리 집의 평화를 되찾는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다.

되돌아보면 그때에 꿈꾸었던 내 이상은 지금 초라할 정도로 위축되고 퇴색되었다. 현실에 발목을 잡혀 운신할 여지가 없어진 것이다. '세상을 원망하랴 내 아내를 원망하랴'라는 유행가도 있지만, 그러나 세상을 원망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모든 판단은 당시로서는 최선이었다. 또한 당시의 열정이나 순수했던 마음은 이제 다시 더 경험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과는 나쁘게 나왔지만 그때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내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면 훨씬 더 힘이 날것 같다.지금 이 상태도 괜찮다고, 부족한 게 무엇이 있느냐고, 우리 시작하는 기분으로 잘 살아보자는 긍정적인 말을듣고 싶다. 그러나 아내는 너무 의기소침해 있고, 패배의식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이 나로서는아쉽고 안타깝다. 물론 아내 입장에서도 나에게하고 싶은말이 많을 것이다.

'미안해요, 당신 뜻에 일치하지 못해서....'

아내여, 미안한 건 나라오. 내 식대로 산다면서 한 여자의 마음조차 다독여주지 못하는 옹졸함을 용서해 주구려. 그리고 우리가마음 놓고 살수 있는 도시의 집 한 채 구해 봅시다. 이 도시로 다시 돌아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당신의 행복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면 하지 못 할 일이 무엇이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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