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무언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

샌. 2007. 9. 4. 12:43

루이스에 심취해 있는 H가 '영광의 무게(The Weight of Glory)'라는 10여 쪽 되는 글을 보내주었다. 이 글은 1941년에 루이스가 어느 교회에서 한 설교라고 한다.

이 글에서 루이스는 인간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어떤 갈망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한다. 우리에게는 일생동안 우리를 따라다니는 노스탤지어(nostalgia), 즉 우주의 무언가로부터 자신이 떨어져 나왔다고 느끼고 그것과 다시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갈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그것은 근원적인 쓸쓸함이고 외로움이며 그리움이다. 모든 인간 활동이나 예술의 근저에는 이 갈망이 주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갈망의 정체에 대하여 무수한 종교적, 철학적 논의가 있어 왔고 예술적 해석 또한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루이스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 갈망을 해석한다. 원래 우리는 하늘나라에서 살도록 지음받은 존재이기에, 우리 안의 갈망은 우리의 진정한 고향인 그곳에 대한 갈망이라는 것이다. 우리와 실재 사이에 벌어져 있는 이 간극에 다리가 놓여지기를 바라는 이 갈망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위로받을 길 없는 비밀로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엉뚱한 대상에서 갈망의 해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 대상들은 우리를 현혹시킬 뿐이며 진정한 만족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루이스의 논증을 보면서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다시 만나게 된다. 누구나 공감하리라 생각하는데 분명한 것은 인간 영혼의 내부에 어둠의 동굴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직면한다면 아마 자신을 견뎌내기 어려울 정도로그것은 깊은 공허며고독이다. 그리고 또한 그만큼의 무엇을 향한 갈망이 된다. 우리는 애써 자신의 내부를 보려하지 않지만 일상생활 중에 언뜻 그 단편과 만나게 될 때 우리는 흠찟 놀라게 된다.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떠한 자연적 행복도 그 갈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갈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서로가 입 밖에 내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도 예술가적 열정이 이 갈망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인간의 이 비밀스런 갈망을 드러내고 만족시키는 과정이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종교는 가장 직접적으로 이 갈망의 문제를 다룬다. 루이스의 해석이 바로 그런 것이다. 루이스는 잃어버린 절대적 실체와의 연결을 통해 우리는 구원을 얻을 수가 있다고 본다. 다른 모든 것은 허상을 붙잡으려는 허무한 노력에 불과할 뿐이다.

10년 전만 해도 나는 루이스의 견해에 거의 전적으로 공감했다. 그때 성서에서 나를 각성시킨 한 마디도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라는 구절이었다. 사실 지금도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지금은그 근원적 존재가 오직 성서에서 말하는 하나님이냐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를 가지고 있다. 성서에서 묘사하는 하나님 또한 근원적 존재의 한 부분, 전체의 한 단편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존재에 대해서는 인간의 의식이나 말로 인지할 수 없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인 그분에 대해 상상하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 그러나 비록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그분에 대한 상징을 통해 우리는 그분에게로 향할 수가 있다. 그분의 모든 창조물들, 그리고 인간이 남긴 영적인 유산들이 거기에 해당된다. 사람에 따라 그중에서도높게 평가하는 가치가 있을 수는 있다. 전통적 입장에서 본다면 나는 더 이상 기독교인이 아니다.

루이스는 기독교 복음을 접한 사람이 믿는 바대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알아봐주시는 것'을 영광[Glory]으로 묘사했다. H는 그것을 '은총'으로 번역하고 싶다고 했다. 영광이든, 은총이든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알아주시고, 우리를 받아주시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사물의 심장속으로 환영 받아 들어가는 것이라고 루이스는 말한다. 인간 내면의 갈망을 잠재우는 것은 하나님과의결합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평화와 안식의 진정한 의미는 그런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이웃의 영광의 무게의 짐을 우리 등에 짊어져야 한다.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루이스는 이웃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평범한 사람이란 없다. 당신이 지금껏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그저 죽으면 끝날(mortal)'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나라들, 문화들, 예술들, 문명들, 이런 것들은 모두다 그저 사라지고 말 것들이고, 그것들의 생명이란 우리 인간 개개인의 생명에 비하면 고작 모기만도 못한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농담을 주고 받고, 함께 일하고, 결혼하고, 무시하고, 이용해먹었던 인간들은 불멸의 존재들이다. 장차 불멸의 혐오(immortal horrors)가 되거나, 아니면 불멸의 광채(immortal splenders)가 될 존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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