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가치관의 반전

샌. 2007. 9. 19. 13:30

남자에게도 폐경기가 있다고 한다. 나이 50 전후로 해서 겪게되는 육체적, 정신적 급변 현상은 남녀에 공통인 것 같다. 이 시기는 육체적으로 노쇠 현상이 나타나고, 생리적으로도 호르몬의 분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특히 남자에게 있어서는자녀의 성장과 독립, 안정된 일자리의 상실 위험, 가정에서 아내의 위상 증가 등의 요인이 겹쳐 이 시기는 정신적으로 좌절과 방황의 때이다. 그러나 다른 면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 희망의 시기라고도 할 수가 있다.

내 경우는 40대 후반부터 심각한 정신적 방황을 겪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우울증으로 시작되었으나 뒤에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인생의 의미를 회의하고 묻게 되었다. 그때에 나는 가톨릭에 입교했고, 노자와 장자 철학에 빠져들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이면의 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실비판의 이상주의자가 되어 갔다. 동시에 자연과 자연적인 삶에 대해 흥미를 느꼈으며, 들로 산으로 야생화를 찾아 나섰다. 지금은 그 관심이 나무로까지 확대되어 있다. 그리고 작고 연약한 것, 힘 없고 가난한 이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는 것에 비례하여 세상적인 것으로부터는점점 멀어졌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보수적이 되어 간다지만 나는 반대로 점점 진보적 성향을 띄게 되었다. 늦으막에 전교조에 가입했고, 현실 개혁적 강연이나 집회에도 자주 참석했다. 독서도 주로 그런 경향의 책들을 찾아 읽었다. 나는 점점 내면의 세계로 침잠되어 갔고, 상식적인 주위 사람들로부터는 고립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쉽게 어울리던 친구들과의 자리도 소원해졌고,마음이 통하는 대화가 불가능해졌다.몇 안 되는 모임 조차 자연히 발걸음이 멀어졌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최대의 모험이었던 밤골행을 결심했고, 그 결단은 나와 내 가족에게는 엄청난 지각변동이었다. 6년 간의 밤골 실험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폭풍이 지나간 뒤의 폐허의 터에서 있는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다른 사람들은 눈치를 못 챌지 몰라도 이 시기를 지나며 나는 안과 겉으로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가끔 나는 쉰 살을 새 나이의 기점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제 2기의 인생에서 내 나이는 지금 유아기에 해당된다. 이 블로그도 그런 폭풍의 계절 후반부에 시작한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은 부드럽다. 자신의 이념이나 믿음을 고집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나에게 일어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자기의 생각이나 습관이나 이념에 고착되어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또는 않으려는것이다. 지금의 나 또한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나 자신도 모른다. 다만 모든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두고 싶을 따름이다. 그것은 자기 성찰과 포기가 있어야 하는좁고 험한 길이다. 쉼없이 공부를 하고 내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유일한 즐거움이고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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