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에 있는 횡성휴게소 광장에 산사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별로 크지 않은 나무지만 안내문에는 수령이 약 150년으로 적혀 있다. 줄기를 보면 그 정도 나이가 충분히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산사나무 자체가 그렇게 크게 자라는 나무는 아닌 것 같다.
나무 둘레에는 둥글게 의자가놓여 있어 여행객들이 나무 아래서 잠시 쉴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풍경을 보면 마음이 절로 흐뭇해진다. 휴게소를 만들 때 나무를 베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나무도 살리고 또 그 나무 그늘 아래에쉬어갈 쉼터를 만든 마음씀이 고맙기 때문이다. 인공적인 그늘막보다 훨씬 더 운치가 있지 않은가.
산사(山査)나무는 주로 북쪽 지방에서 자라는 내한성이 강한 나무다. 우리 말로는 아가위나무라고도 하는데, 북한에서는 찔광나무로 부른다. 한약재로 많이 이용되는데, 산사나무 열매가 바로 '산사춘'이라는 술의 재료로 사용된다.이 나무는 봄의 흰 꽃과 가을의 붉은 열매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데 아직 그 멋진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서양에서는 이 나무를 신성시해서 '5월의 꽃'[May Flower]으로 부른다고 한다. 청교도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타고간 배 이름도 이 나무를 가리킨다고 한다.
여행을 다닐 때 나는주변의 나무에 제일 눈길이 간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이런 아름다운 나무를 만나면 아주 기분이 좋다. 이곳이 지금은 휴게소 터지만 옛날에는 마을이 있던 자리였을지 모른다. 150년 전 어떤 사람이 집 마당에 산사나무 묘목을 심어놓고 고이 기르지 않았을까? 그 사람도 마을도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나무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먼 후대 사람들에게서사랑받고 있다. 이 나무를 심었던 그 사람은 이런 환경으로 변할 줄은 아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