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 있는 헤이리 문화예술마을은 10년 전부터 조성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마을이다. 15만 평의 공간에집, 작업실, 갤러리, 카페 등으로 사용되는 예술적인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다. 생태마을을 지향한다는데 건물들은 페인트나 타일을 바르지 않고 담장도 없는 자연과 소통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서울에서 가까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이 예술인 마을이 나에게는 너무 상업적 냄새가 나서별로 좋은 인상을 갖지 못했다. 현대의 트랜드가 돈과 문화라지만 여기서 순수한 예술의 향기를 맡기는 어려웠다. 대중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이런 문화적 장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예술이 지나치게 돈과 유희 쪽으로 기울어지는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이곳은 야경이 멋있다는데 환경생태마을이라면 밤에는 손님을 받지 않더라도 조명을 꺼야하는 게 마땅하다. 또어떤 건물은 나무를 살린다고 벽에 구멍을 뚫어 줄기를 빼내었는데 참말로 나무를 아끼는 마음이었다면 자리를 비켜 건축했어야 옳은 일이다. 건물 안에 갇힌 나무는 보기에도 무척 답답했다.
오픈카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안내인의 설명을 들었는데 흥미를 끄는 것은 별로 없었다. 오직 하나 길 옆 작은 언덕에 있는 이 느티나무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헤이리 마을이 조성되기 전에는 여기도 한적한 농촌 마을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느티나무는 분명 그 마을의 정자나무였으리라. 사람들은 마을의 안녕을 위해 고사도 지냈을 것이고, 여름이면 농사일에 지친 몸을 쉬기도 했을 것이다. 또 이 나무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현대식 예술마을의 한 귀퉁이에서 찾는 이도 별로 없이 쓸쓸하게 자라고 있다. 느티나무 고목은 옹기종기 어우러진 농촌 마을의 집들과 어울리지 이런 현대식 건물들과는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헤이리 주민들이 이 나무를 정성으로 아껴주고 가꾸어준다니 고마운 일이다. 수령이 500여 년이 된다는 이 느티나무는 최근 들어 일어난 급격한변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옛날의 순박했던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