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에서는 삶의 처절함과 지난함이 느껴진다. 송악은 바위나 나무를 타고 오르는데 마치 밧줄 같은 줄기가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는 모습은 처절한 생존경쟁의 현장 그대로이다. 특히 송악이 다른 나무를 감고 있을 때 그것은 서로간에 죽이느냐 죽느냐의 절박한 상황을 연출한다. 이때 송악은 짖궂은 심술꾸러기 같다.그리고 바위를 타고 오르는 송악 줄기는 바위 색깔 그대로를 닮았다. 그래서 나무가 아니라 바위의 한 부분으로 보인다. 송악은너무나 바위를 사모해서 아주 바위에 딱 달라붙었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있는 것도 내 눈에는 무척 힘들어 보인다. 송악은 엄청난 욕심꾸러기다.
선운사 입구에 있는 이 삼인리 송악은 우리나라에 있는 송악 중에서 가장 크다. 줄기 둘레가 80cm에 이르고, 높이는 15m나 된다. 여기가 송악이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송악은 주로 남부 지방의 섬이나 해안지역에서 자란다. 송악은 본래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라는 늘푸른 덩굴식물이기 때문이다.
선운사에 들릴 때마다 길 옆에 있는 이 송악 가까이에 가본다. 작은 개울을 건너면 바로 송악 밑에까지 갈 수 있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367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