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도심길을 쓸쓸히 걷다

샌. 2007. 6. 16. 20:42



날씨는 더없이 맑은데 마음은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그러면 표정에 금방 드러나는가 보다. 가까이 있는 동료는 무심한데, 멀리 있는 동료는 걱정을 해준다. 어제 저녁에 친구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퇴근하며 청운동에서 서울역까지 도심길을 따라 걷다. 인간의 도시 위로는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 펼쳐져 있는데,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이 오늘은 무척 낯설게 보인다. 병상에서 의식이 오락가락한다는 친구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병원에서는 이승에서의 이별을 준비하라고 하는 모양이다.

 

한낮의 도시는 뜨겁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걷고 싶지만 도시 보도를 걷기가 쉽지 않다. 부근의 성공회 성당에 들어가서 잠시 쉬다. 결혼식이 있었는지 성장을 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의 미소가 햇살만큼 환하다. 친구의 부음이 가까운 날에 찾아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