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향린에서 도올 강의를 듣다

샌. 2007. 6. 16. 12:49



지난 주부터 향린 교회에서 도올 선생을 초대해 '열린 성서마당'이라는 신앙 강좌를 열고 있다. 마침 동료가 이 교회 신자인데 그에 관한 얘기를 해줘서 어제는 같이 도올의 강의를 들으러 갔다. 종교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늘 TV로만 보던 도올 선생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던 차였기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

 

도올 선생은 최근 '요한복음 강해'라는 책을 출판하고 EBS에서 그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기존 교단과 느닷없는 구약 폐기 논쟁에 시달렸다. 사건의 시말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으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완고하고 보수적인 곳이 종교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서로 열린 마음으로 충분히 토론할 사안이건만 기성 교리에 위반되는 것은 무조건 백안시하고 반대하는 것이 현 종교계의 모습이다.

 

이번 강의의 내용은 마가에서 요한까지 신약성서의 형성 과정에 대한것이었는데,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배경과 더불어 설명해 주어 넓은 시각으로 성서를 바라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예전에 교회에 다닐 때 성서라고 하면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것으로 오해할 정도로 역사적 배경 지식은 전무했다. 교회에서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될 정도로 의문이나 이성적 분석은 금기시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런 것이 참 아쉬움으로 남는다. 맹목적인 신앙이 화려해 보이지만 허상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도 일반 교회의 사정이나아졌으리라곤 여겨지지 않는다. 도올 선생도 말씀하셨지만 왜 목사가 신학교에서는 배운 사실을 신자들에게 전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신자들이 아직 딱딱한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의 유아로 보는 탓일까,성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서의 형성 과정 및 그 시대의 역사, 문화, 지리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이런 것들이 소홀히 취급 받는 현실이 나로서는 안타깝게 여겨진다.

 

함께 했던 동료 B와도 그런 사실들에 대해공감했다. B는 사실 나보다도 더 과격하여 그 이유를 종교 지도자들의 밥그릇 챙기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신약적이라기 보다는 구약의 세계에 젖어있는 일부교단들과 신자들을 무지몽매한 수준에 머물게 해야 관리가 편하다고 여기는 목회자들이 혹여나 없기를 바란다.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다시 느낀 것이지만 한국 교회의 병폐는 상업주의와 결탁한 기복 신앙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온갖 신앙의 부작용들은 대부분 여기서 파생된다.

 

강의를 하는 도올 선생의 열정과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강의라고 할 수 있었다. 본인 내부에서 용광로 같은 뜨거움이 없다면 그런 감동을 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명동에 있는 향린 교회는 이번에 처음 가보았다. 동료로부터 진보적 교회라는 설명은 들었지만 교회 건물 분위기부터 일반 교회와는 영 달랐다. 뾰족탑에 십자가도 보이지 않았고 일반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었는데, 외벽에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중단하고 군 병력은 철수하라!' 같은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이런 것을 보는 시각도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워낙 일반 교회들이 개인 영혼 구원이나 기복 차원에 머무르다 보니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대해 침묵하고 어떤 면에서는 동조한다는 오해도 생겨난 것이 사실이다. 성서를 통해 바른 하나님의 뜻을 읽어내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주된 사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단순하고 일방적인전도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교회의 현실 참여는 늘 논란거리 중 하나지만 우리 한국 교회도 이젠 진지하게 거기에 대한 물음을 다시 제기해야 하리라고 본다. 자신들만의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는것이야말로 한국 교회가 성숙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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