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북악산 성곽길을 걷다

샌. 2007. 6. 2. 17:44



직장 동료들과 같이 올봄에 완전 개방된 북악산 성곽길을 걸었다. 창의문에서 출발하여 숙정문까지 약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이곳은 바로 청와대 뒤쪽이라 아직은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고 미리 예약을 해서 안내원을 따라 안내를 받으며 걸어야 했다.

 

서울 성곽은 태조 4년(1395)에 정도전의 계획에 따라 축조된 것이다.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잇는 총길이 18.2 km의 성곽으로 숙종 30년(1704)에 대대젹인 보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이 개발되면서평지의 성곽은 다 없어졌고 지금은 산지 성곽 10km 정도만 남아 있다. 오늘 우리가 걸은 창의문-숙정문 구간은 그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곳이라 옛 모습이 가장 잘 남아있는 구간이다.

 



맨 처음 쌓은 성곽 모습이 일부 남아있다.설명에 보면 큰 메주덩이만한 자연석을 가지런히 쌓아올렸다고 한다. 그 옆에 큰 화강암은 1704년 대대적인 보수를 할 때 쌓은 것이다.

 



적국에서 동원된 인부들이 돌을 나르고 쌓았는데지방별로 각 구간을 맡았다고 한다. 그 옛날에도실명제가 있었는지 군데군데 공사를 감독한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아마 뒤에까지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 성곽 공사로 천 명 가까운 백성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북악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앞에 경복궁과 세종로가 보이고, 멀리 남산과 관악산이 있다. 날씨가 맑아 다행히 시야가 선명했다.

 



성곽의 북쪽 방향. 멀리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북한산 보현봉이다.

 



성곽은 동쪽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옛 한양은 이런 성곽으로 빙 둘러싸여 있었다.

 



성곽의 북쪽 출입문인 숙정문(肅靖門)이다. 서울 성곽에는 흥인지문(동대문), 돈의문(서대문), 숭례문(남대문), 숙정문(북대문)의 4대분과 혜화문, 광희문, 소의문, 창의문의 4소문이 있었다. 숙정문은 원래 사람의 출입을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동서남북 사대문의 격식을 갖추고, 비상시에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기 때문에 평시에는 문을 닫아 두었다고 한다.

 

이 길은 작년에 일부가 개방되고, 올해 완전히 개방되었다. 성곽 옆으로 난 지정된 길을 따라서만 걸어야 했지만 그래도 서울의 옛 흔적이많이 남아있는 길이다. 조선왕조 5백년이 비판도 많이 받지만, 잘 났든 못 났든 한 왕조가 5백년이나 지탱했다는 것은 세계 역사상으로도 그리 흔하지는 않다고 옆의 동료가 말했다.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이런 성벽을 쌓았을까? 진정 백성들의 안위와 행복을 걱정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소수만 해당된 자기들만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을까? 실제 백성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이 성곽이 막상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아무 구실도 못했다. 그들이 먼저 목숨아 나 살려라며 도망을 쳤기 때문이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어디에나 있는 이런 거대한 구조물들을 보면 왠지 괴리감이 생기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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