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독립공원을 산책하다

샌. 2007. 5. 17. 14:44



비가 개니 더욱 맑고 상쾌한 5월이 열렸다. 어제와는 날씨가 극과 극이다. 점심 시간의 짬을 내어 인근에 있는 독립공원을 찾았다. 산책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년전에 한 친구로부터 독립공원에 아주 멋진 이팝나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이 이팝나무가 순백의 꽃을 피우는 철이다. 그러나 한 바퀴를 돌았지만 기대했던 이팝나무는 찾지를 못했다. 아마 내가 잘못 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독립공원에는 체험학습을 나온 초등학생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봄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있었다. 바삐 움직이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여린 싹으로 대변되는 본원의 생명력은 경이의 대상이다. 자연의 생명력이 고갈되고 인위적 의지가 지배하게 되는 때가 되면 인간의 모습은 대개 추해진다. 그러나 노년이 되도록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잃지 않는 사람도 있다.

 

독립공원은 옛 서대문형무소 자리에 조성한 공원이다. 일제시대에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이곳에 갇혀 고문을 받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 형무소는 1987년에 폐쇄되었고, 지금은 수난의 역사 현장으로 공원화되어 있다. 이곳 옥사를 둘러볼 때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선열들의 뜻에 비해 지금 나와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기 때문이다. 아직도 친일 청산에 대해 논란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옛 옥사 벽에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다. 우리에게 나라란 무엇이고, 민족이란 무엇인가? 나라 사랑이 국가이념이 가르치는 대로몸 바쳐 충성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을 가두고 죽일 만큼의 지고한 가치가 과연 있는가? 아이들은 화사한 웃음을 날리며 지나가지만 이곳에 올 때면 내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워진다. 이팝나무가 아니었다면 굳이 봄에 이곳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악산 성곽길을 걷다  (0) 2007.06.02
도솔산 가는 길  (0) 2007.05.28
비가 오면 우울해져요  (0) 2007.05.16
허전한 스승의 날  (0) 2007.05.15
분회원들과의 강화도 나들이  (0) 2007.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