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인연설 / 한용운

샌. 2007. 5. 23. 15:09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하지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있음에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치 말고

애처롭지만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람이라 지치지 말고

더 줄 수 없음에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으로 여겨 함께 기뻐하고

 

이룰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인해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 인연설 / 한용운

 

인생이 재미있는 것은 예기치 않는 새로운 인연들과 맺어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만남의 연속이고, 인연의 연속이다. 그리고 만남을 우연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인연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더 의미있고 따뜻하다. 인연이라고 했을 때 거기에는 이생 뿐만 아니라 전생과 후생에까지 연결되는 끈끈한 끈이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는 만난 인연 조차 제대로 아름답게 꽃 피우지 못한다. 악연(惡緣)이라는 이름을 붙여 내친 것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인연을 갈구하지만 예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선연(善緣)이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의 정성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시는 만해의 '인연설' 두 번째 연이다. 이런 사랑의 마음이 풍기는 향기를 맡아보고 싶다. 내 몸과 피의 욕망을 잠재우고 그리움과 애틋함에 잠겨보고 싶다. 그런 사랑, 그런 사람이 무척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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