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 살래
팥밭을 일궈 곡식을 심우고
질그릇이나 구워 먹고
가끔, 날씨 청명하면 동해에 나가
물고기 몇 놈 데리고 오고
작록(爵祿)도 싫으니 산에 가 살래
- 거산호(居山好) / 김관식
밥벌이로서의 일, 처성자옥(妻城子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온갖 욕망으로 들끓는 내 속마음도 훌훌 벗어놓고 아무도 없는 산골에 들어가고 싶다. 그렇게 세상과 등진 채 살아보고 싶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 없는 그곳이라면 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애증도 잠잠해질 것 같다. 졸졸 속삭이며 흐르는 물가에 할 일 없이 앉아 있으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다시 사람이 그리워질까? 인간의 냄새가 그리워지기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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